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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해빙' 이란, 시리아·예멘 '해결사' 나설까

입력 : 2015.04.03 04:00|수정 : 2015.04.03 04:00

걸프 수니파 왕정 핵활동 가속화할 듯…이스라엘과 경색 불가피


이란 핵협상 타결의 '부수효과'로 가장 관심을 끄는 중동 문제는 5년째 계속된 시리아 내전과 전쟁으로 번진 예멘 사태 해결이다.

두 곳 모두 기본적으로 수니파와 시아파의 유혈갈등으로, 시아파 맹주 이란과 반(反)이란 세력의 대결 구도로도 볼 수 있는 탓에 중동의 해빙 무드 조성에 '이란 역할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공공연하게 지원해 왔고 쿠데타로 정치적 실권을 쥔 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쿠데타로 쫓겨난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후티를 '이란의 꼭두각시'로 지목했을 정도다.

이런 점에서 이란 핵협상은 단순히 그 자체의 의미에만 한정되지 않고, 이란을 공통분모로 하는 중동지역 다른 분쟁 상황과 얽혀 해석됐다.

미국이 핵협상을 타결한 것은 이란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미국 혼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시리아와 예멘 사태에 이란이 어느 정도 중재 역할을 하리라는 계산이 녹아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은 이란을 '악의 축'으로 놓고 이란을 압박하는 방법으로 중동에 대응해 왔다.

이란과 이웃한 이라크에 직접 군사개입을 했고 이란의 '숙적'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을 통해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 벨트'와 강대강 방식으로 각을 세웠다.

그러나 중동에 미국의 군사력이 없는 상황에서 핵협상이 타결되면 이란이라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접근로를 얻게 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반군을 이용한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축출하는 강공 전략에서 최근 정치적 합의를 도모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조짐을 보였기 때문에 알아사드와 긴밀한 이란이 연결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예멘의 경우, 사우디 주도로 지난달 26일부터 공습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우디 역시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터라 이란의 입장 변화에 따라 반군 후티와 예멘 정부 사이에 협상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에서 드러났듯 공습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인 탓에 후티를 조기에 몰아내려면 사우디 지상군을 파병해야 하는데 이는 장기 전면전에 빠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란도 협상 타결 직전, 예멘 사태 해결을 위해 사우디와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란의 반군과 예멘 정부가 권력 분점을 하는 쪽으로 협상을 유도하게 되면 예멘의 폭력사태는 봉합될 수 있고 미국은 예멘 알카에다(AQAP) 소탕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미국과 이란이 모두 공조를 부인했던 IS 사태 해결에도 어느정도 암묵적인 협력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불신하는 걸프지역 수니파 왕정의 경계심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영국 더 타임스는 지난달 29일자에서 이란에 강경한 전직 미국 고위인사를 인용, "이란에 미국이 양보한다면 중동에서 파괴적인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니 아랍국가의 핵무기 개발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의 정보국장 출신인 투르키 알파이잘 왕자는 16일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이란 핵협상 타결은 아랍지역 국가들의 핵개발로 이어질 것이며 사우디 역시 다른 나라와 같은 권리를 추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미국이 이란을 견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스라엘과 관계도 최악으로 경색될 공산이 크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협상을 시종일관 강하게 반대하면서 방해해왔다. 심지어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폭격 가능성도 커졌다는 게 서방 강경파의 시각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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