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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끝나는 싸움

안수지

입력 : 2015.04.03 10:24|수정 : 2015.04.03 10:24


저는 투견입니다. 말 그대로 '개싸움'을 하는 개입니다.투견우리는 친구들과 물고 뜯으며 싸워야 합니다. 한번 싸우기 시작하면 둘 중 하나가 죽거나 크게 다칠 때까지 싸움은 끝나지 않습니다.투견우리는 싸우기 싫어도 싸워야만 합니다. 살기 위해서 말이죠. 친구를 이기지 못하면 저는 친구에게 물려 죽거나, 보신탕 집에 팔려가 죽습니다.투견
▲사진=강원도민일보 김정호
 
싸움에서 이겨 죽음을 피하게 된다 해도 이런 삶은 끝나지 않습니다. 어차피 또 싸워야 되기 때문이죠. 이긴 개는 최고 3천만 원이라는 비싼 값에 '투견용'으로 거래되기도 합니다.투견싸우지 않을 때는 쉴 수 있지 않느냐고요? 아뇨.투견 경기에 나가지 않을 땐 훈련을 받습니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 목에 쇠줄을 걸고 러닝머신을 죽도록 뛰기도 하죠. 이런 훈련은 학대에 가깝지만, 현행 동물보호법상으로 처벌이 불가능합니다.투견사람들은 우리의 싸움을 보며 큰 돈을 걸고 도박을 합니다. 우리의 승패에 따라 몇천만 원의 돈이 왔다 갔다 합니다. 우리가 목숨을 건 싸움을 하는 동안 사람들은 우릴 보며 "싸워라! 물어뜯어라!" 하며 싸움을 부추깁니다. 투견투견은 우리나라에서 불법입니다. 동물보호법 8조에 의하면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규정해 금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합니다. 투견
투견▲사진= 보성경찰 페이스북
 
하지만 이런 처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람들은 우리들의 목숨으로 도박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에도 전남 보성의 한 야산에서 투견 도박을 하던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제 친구들은 살기 위한 싸움을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우린 언제까지 목숨을 건 싸움의 노예로 살아야 하나요?
 
※본 기사는 사실을 바탕으로 투견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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