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어민들에 알리지 않고 하수처리수 방류해 피해 눈덩이

입력 : 2015.04.01 11:15|수정 : 2015.04.01 11:15


"부산환경관리공단이 '낙동김' 양식장 부근에 한 마디 상의도 없이 하수처리장 물을 방류해 버려 올해 대 흉작입니다." 부산 강서구 낙동강 하구 앞바다에서 지역의 명물 '낙동김'을 양식하는 어민 정 모 씨는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습니다.

정 씨는 부산환경공단이 지난해 7월부터 강서구 녹산하수처리장 방류수를 김양식장 상류에 몰래 내보내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부산환경공단이 종전에는 녹산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방류수를 관로를 통해 10㎞ 떨어진 가덕도 대항동 인근으로 내보냈는데 갑자기 이를 1km 떨어진 눌차만으로 바꿨다는 게 정 씨의 주장입니다.

이 때문에 김 양식장 주변에 하루 6만∼7만 톤의 민물이 유입돼 양식장 주변의 염분농도가 떨어지는 등 생육환경이 나빠 김들이 잘 자라지 못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곳 김양식 어민들은 매년 200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에는 100억 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생산량이 준데다 품질도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씨는 지난해 이맘때 하루에 120㎏짜리 묶음으로 1천 400개 수확되던 김이 700개로 확 줄었고, 가격은 평상시 11만∼13만 원 수준에서 2만∼6만 원으로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정 씨는 '낙동김' 어민들이 엄청난 손해를 본 뒤에야 부산환경관리공단이 방류 위치를 바꾼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낙동김 어민 40여 가구(양식면적 60ha 추정)는 지난 25일 비상대책위를 꾸리고 부산환경관리공단을 항의방문했습니다.

정 씨는 "부산환경공단이 어민들이 피해를 당할 때까지 9달가량을 통보도 없이 침묵했다는 점에 더욱 분통이 터진다"면서 "이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거냐"며 울분을 터트렸습니다.

'낙동김'뿐만 아니라 눌차만 인근의 굴 종묘 양식장도 피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눌차만 일대에는 80개의 굴 종묘 양식장(100ha)이 있는데 이곳도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등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현석 눌차어촌계장은 "눌차만에서 기르는 종묘가 통영 거제에서 생산되는 굴의 80%를 차지하는데 올해는 부산환경공단 때문에 종묘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계장은 또 "방류수가 나오는 지점은 수산자원연구소가 보리새우를 방류하는 지점인데 조업상황이 좋지 않아 어민들의 피해도 많다고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산환경공단은 어민들의 주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2013년 12월과 지난해 1월 먼바다에 방류하던 길이 10km 관로에 누수 현상이 발생하는 바람에 눌차만을 향해 나있는 비상 관로로 지난해 7월부터 방류수를 내보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방류관로 복구 작업을 하고 있으며 오는 5월 응급복구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부산환경공단은 어민들에게 방류 위치 변경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으며, 굴 양식장에서는 지난 10월 항의가 들어와 합동회의를 이미 한 차례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공단은 용역기관에 의뢰해 양식장 피해 조사를 마치고 분석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산환경공단의 한 관계자는 "해류의 방향이나 피해 사실을 자세히 조사해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합당한 근거에 따라 보상 등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