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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동영·천정배의 물고 물리는 인연…최종 승자는

입력 : 2015.03.31 12:43|수정 : 2015.03.31 12:43


국민모임 소속 정동영 전 의원이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광주 서을에서 무소속 출마한 천정배 전 의원과 '반 새정치민주연합' 전선을 구축했습니다.

두 사람이 명시적으로 연대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천·신·정'이라는 이름의 소장파로 야권을 이끌었던 두 사람이 이제 새정치연합을 협공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 전 의원은 오늘(31일) 한 라디오에 나와 천 전 의원의 국민모임 합류에 대해 "본인 생각이 다른 것 같다"고 하면서도 "정치는 생물이니 선거 후 여러 대화가 가능하다. 국민모임에 천 전 의원이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특히 두 사람의 협공이 공교롭게도 참여정부 때 청와대와 내각에서 함께 일한 문재인 대표를 겨냥하고 있어, 셋의 물고 물리는 악연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문 대표와 정 전 의원의 관계는 좋은 인연으로 시작했습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문 대표는 부산선대위 상임본부장으로, 정 전 의원은 국민참여운동본부장으로 활약했습니다.

대선 전날 종로 유세에서 노 후보가 "여기 추미애와 정동영도 있다"며 정 전 의원을 차기 대권주자로 추켜세울 때 문 대표도 현장에서 이를 지켜봤습니다.

둘의 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총선 때였습니다.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던 정 전 의원은 민주진영의 지평을 경상도로 확대한다는 이른바 '동진' 전략의 일환으로 당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총선 출마를 종용했으나, 문 수석은 "나는 정치인 체질이 아니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문 수석은 청와대를 떠나 네팔로 여행을 떠났다가 노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하자 변호인을 거쳐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으로 복귀했습니다.

반면 총선 직전 '노인폄하' 시비로 코너에 몰린 정 전 의원은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습니다.

2007년 열린우리당 해체 국면에서 갈등은 증폭됐습니다.

문 대표는 2011년 펴낸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을 통해 노 대통령 재임시 정 전 의원과의 마지막 만남이 된 청와대 회동을 회고하며 강한 유감을 드러냈습니다.

문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깨질 위기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대통령에게 탈당하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왜 만나자고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개탄했습니다.

지난해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임시 지도부 인선은 문 대표와 정 전 의원의 결별을 초래한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문 위원장은 계파 수장만 지도부 참여 대상이라며 정 전 의원을 비대위원회에서 배제했고, 그는 이를 당대표에 대선후보까지 지낸 자신을 당에서 몰아내려는 친노 주류의 의도라고 판단하고 끝내 탈당이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습니다.

정 전 의원의 탈당 직전 문 대표가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 전 의원은 "통화한 일이 없다"고 일축, 서운함을 드러냈습니다.

천 전 의원과 문 대표도 인연에서 악연으로 바뀐 케이스입니다.

2002년 대선 때 천 의원은 현역 의원 중 처음으로 노 후보를 공개 지지하면서 문 대표와 좋은 연을 맺었습니다.

2005년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될 처지에 있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천 법무장관이 불구속수사 지휘권을 발동,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표를 던지자 당시 문 민정수석은 "사표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천 장관을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천 전 의원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면서 사이가 멀어졌고, 새정치연합 탈당으로 둘의 관계는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야권에서는 이번 재보선이 세 사람 사이에 물고 물리는 관계를 매듭짓는 종지부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세 사람의 정치적 운명이 갈라질 것이란 얘기입니다.

문 대표는 대선으로 가는 첫 관문인 이번 재보선을 넘기 위해선 최대 걸림돌이 된 두 사람을 넘어트려야 합니다.

정·천 전 의원도 선거 패배가 정치생명을 끊는다는 점에서 사생결단의 태도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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