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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텃새'에 공교육도 못 받는 난민 신청자들

입력 : 2015.03.31 11:35|수정 : 2015.03.31 11:35


인천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난민지원센터)에 거주하는 초등교육 대상 난민신청자들이 지역 주민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신학기가 개학한지 한 달이 됐는데도 난민법에 규정된 공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다시 '교육 난민'으로 전락하자 교육계 일각에서는 지역 이기주의 탓에 우리나라가 자칫 난민 인권 후진국으로 비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시 영종도 난민센터에 입소 중인 난민신청자는 60여 명으로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출신입니다.

이 가운데 난민법에 따른 초등교육 대상 연령대인 난민신청자는 모두 11명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3월 신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됐지만 인근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3년 아시아 국가 최초로 제정된 난민법 제43조에 따르면 난민신청자와 그 가족 중 미성년자인 외국인은 우리나라 국민과 같은 수준의 초등·중등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초등교육 대상 난민신청자 11명은 애초 학군 상 난민센터 인근 영종초등학교 금산분교에 입학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금산분교에 재학 중인 한국인 학생이 40여 명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이들의 입학을 보류했습니다.

갑자기 10여 명의 난민신청자가 몰리면 기존 한국인 학생과 정서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이후 시교육청은 학생수가 많은 영종초교 본교에 이들을 입학시킨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해당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일부 학부모는 최근 학교장과의 면담에서 난민신청자들이 입학하면 등교 거부 등 단체 행동을 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난민센터 건립 당시에도 영종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했다"며 "그 감정이 남아 난민신청자 아동들의 입학을 막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역 교육계 일각에서는 난민신청자에 대한 부정확한 인식에서 비롯된 지역 이기주의가 우리나라를 난민 인권 후진국으로 비치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역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난민신청자는 자신의 나라에서 사회적 지위가 높지만 정치적 이유와 같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우리나라에 온 경우가 많다"며 "난민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선이 바뀌어야 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도 벗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 교육청의 다른 관계자는 "난민신청자들이 교육을 받을 권리가 분명히 법에 명시돼 있지만 지역 학부모들의 민원도 무시할 수 없어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초등교육 대상 난민신청자 11명은 현재 난민센터에서 영종초교가 채용한 한국인 강사로부터 하루 3시간씩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시교육청은 영종초교에 학적을 두고 이들을 공립 다문화학교인 인천한누리학교에 입학시키는 방안을 법무부와 논의하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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