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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텐 비밀이야. 아빠랑 놀자."

김민영

입력 : 2015.03.26 13:07|수정 : 2015.05.28 20:55


엄마가 출근할 때면, 아빠가 시작한 병원놀이. 
자라면서 4살부터 해온 병원놀이가 성폭행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병원놀이
16살,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빠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아빠는 저를 찾아와 성관계를 요구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동생을 건드리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병원놀이

그렇게 매일 침대에 누워 조용히 눈물을 삼키며 중얼거렸습니다. 성인이 되면, 스무 살이 되면 모든 것이 끝날 거라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습니다. 

병원놀이
스무 살이 되고 나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정말 어렵게 엄마에게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하염없이 울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말해줘서) 고맙고 미안하다... 엄마로써 같은 여자로서 너무 미안하다...”

병원놀이
그렇게 지옥 같은 삶을 살아왔습니다. 수년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더 긴 세월 동안 받은 상처는 쉬이 낫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나와 같은 상처를 가진 분들이 생각나더군요. 그런 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병원놀이
“절대 자책하지 마세요.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닙니다.”

저도 매일 나로 인해 이런 일이 일어난 건 아닐까 고민했고 여전히 고민 중이에요. 그래도 우리 자책하지 않기를. 

병원놀이
“자신을 미워하지 마세요. 학대하지 마세요”

같은 나이의 아이들은 밖을 향해 갈 때, 제 마음 하나 돌보는 것도 벅찬 제가 때때로 미울 때도 있어요. 하지만 뒷걸음질치고 스스로를 학대하지 마세요. 저는 이루고 싶은 꿈이 생긴 이후로 제 무거운 삶을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병원놀이
"그 꿈은 말이죠"

언젠가 나와 같은 아픔을 지닌 분들께 제가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나왔는지 말씀해드리고 싶다는 거예요. 삶의 무게 앞에 당당한 제 자신을 보여드리는 게 제 꿈이에요.


병원놀이 

지금까지의 내용은 14년간 친부에게 성폭행 당한 여성이 생전에 남긴 편지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녀는 편지 말미에 당당해지겠다 적었지만 끝내 그 말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병원놀이지난 달 6일, 자살시도를 하던 그녀의 동생이 경찰에 의해 구조되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그녀의 친아버지는 두 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됐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그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그녀의 동생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 사람' 없는 편안한 곳으로 먼저 떠난 언니가 정말 부럽다"면서 "매일 눈 뜨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어서 언니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밝혔습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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