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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구의 해피베이스볼] 미세먼지 속에 야구를 해야하나?

정진구

입력 : 2015.03.24 14:46|수정 : 2015.03.24 14:46



단순히 노파심에 쓰는 글이 아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기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미세먼지 문제다. 미세먼지가 우리 몸에 주는 악영향은 상상외로 크다. 야구 글이므로 여기에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일일이 열거하진 않겠다. 대신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 글을 링크한다. 꼭 읽어 주시길 부탁드린다.

<미세먼지의 습격, 각종 발암물질 포함돼-쿠키뉴스> ☞클릭
<중부지역 초미세먼지 농도, 겨울내내 국제기준 넘었다-경향신문> ☞클릭
<중국‘스모그’가 사람잡네, 베이징 폐암 발병률 40% 급증-아주경제>☞클릭

지난 17일, 전국에 시범경기가 모두 열렸다. 낮 기온이 영상 15도를 훌쩍 넘는 완연한 봄 날씨였다. 그러나 이날 전국에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뿐만 아니었다. 경기 개시 1시간 전에는 미세먼지보다 더욱 해롭다는 ‘초미세먼지 주의보’까지 내려졌다.

기자는 이날 수원의 KT위즈파크에 있었다. 미세먼지 주의보라기에 당연히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러나 경기 전 훈련을 하는 선수들은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구단 프런트도, 경기를 보러온 관중 중에도 마스크를 쓴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자만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관중석에는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들과 아이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그러나 야구장 어디에서도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으니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안내를 들어 볼 수 없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미세먼지 농도는 전혀 낮아지지 않았다. 이날 시범경기가 열린 서울, 광주, 대전, 부산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시범경기 주말 2연전이 열린 21일과 22일에는 중국발 황사까지 덮쳤다. 일주일도 안 돼 전국에 미세먼지 주의보와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그런데 이날 야구장에는 정규시즌 주말경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관중이 몰렸다. 

<KBO 리그규정> 27조에는 ‘황사경보 발령 및  강풍, 폭염시 경기 취소 여부’ 조항이 있다. 여기에는 ‘황사로 인해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 400㎍/㎥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경기 취소를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21일 미세먼지 농도는 400㎍/㎥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도대체 400㎍이라는 기준이 어디서 나온 건지 의문이다.

세계 기준보다 느슨한 것으로 알려진 환경부의 미세먼지 농도 단계에 따르면 80㎍~150㎍까지가 ‘나쁨’이며, 151㎍ 이상부터 ‘매우나쁨’ 단계로 분류한다. 200㎍ 이상의 농도가 2시간 이상 지속될 때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다. KBO가 정한 400㎍이면 그 2배에 해당된다.  

사실 미세먼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선수들이다. 관중들이야 야구장에 오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예정된 경기를 치러야하는 선수들은 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된다. 기자가 만난 많은 선수와 지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미세먼지까지 어떻게 신경을 쓰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물론 KT 장성호처럼 “미세먼지가 매우 해롭다는 것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고 알았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경기를 취소해야 한다”고 말하는 선수도 있지만 극히 소수다.

선수들의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프로야구선수협회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너무나 안일한 대처다. 

정부도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미세먼지에 대한 홍보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다보니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날에도 야구장에 관중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비가 오면 야구는 순연된다. 비가 정상적인 경기 진행과 플레이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세먼지는 어떨까. 미세먼지 입자가 야구장의 선수들과 관중들의 폐포 깊숙이 침투해 신체조직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 무엇이 더 심각한 문제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KBO는 지금이라도 미세먼지에 따른 경기 취소 기준을 현실적으로 다시 세워주길 바란다.

(SBS통합온라인뉴스센터 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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