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정치

북한, 5·24 일방적 해제 요구…남북관계 주도 속내

입력 : 2015.03.24 10:37|수정 : 2015.03.24 10:37


북한은 24일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남측에 5·24 조치를 일방적으로 해제할 것을 요구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정부가 조건없는 대화를 촉구하는 데 대해 북한이 5·24 조치 해제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어 대화의 문턱을 높임으로써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천안함 5주기를 이틀 앞둔 이날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한이 천안함 사건과 무관하다며 "천안호 침몰사건을 구실로 꾸며낸 악명높은 5·24 조치를 지체없이 즉시 해제하라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국방위 대변인은 "5·24 조치의 해제에 앞서 그 누구의 사과나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궤변은 그 언제가도 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5·24 조치의 해제를 위해서는 천안함 사건 사과를 비롯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입장을 정면으로 거부한 셈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5·24 조치는 근본적으로는 해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반드시 받아낼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달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남북간 진정한 대화와 화해가 된다면 언제든지 정부는 이 문제(5·24 조치 해제)를 심도있게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생각한다"며 보다 유연한 입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북한 국방위는 "(남한 당국자들 사이에서) 해제 문제를 먼저 회담탁에 올려놓고 논의해보자는 얼빠진 주장까지 들고나오고 있다"며 5·24 조치 문제를 대화로 풀자는 제의마저 일축했다.

북한의 이 같은 강경한 입장은 정치권에서 천안함 사건 5주기를 맞아 5·24 조치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나와 더욱 주목된다.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가 23일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 없이는 5·24 조치를 해제할 수 없다고 강조한 데 대해 이인제 최고위원은 정부의 보다 '대범한 정책'을 요구하는 등 여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강경한 입장을 천명해 찬물을 끼얹은 것은 당장 5·24 조치 해제를 위해 남측의 대화 요구에 응하기보다는 대화의 문턱을 높여 남북관계를 주도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현 상황에서는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남측에 보낸 셈"이라며 "5·24 조치 해제라는 실익보다는 남측의 대북정책 변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