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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페이도 모자랐나" 사기꾼에 이용당한 '창업의 꿈'

입력 : 2015.03.23 15:17|수정 : 2015.03.23 15:21


지난해 11월 대전에 사는 A(21·여)씨는 한 외국 직접구매(직구) 쇼핑몰 운영자로서 꿈에 그리던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는 일에 비하면 한 달 100여만 원 정도의 보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웹디자인 학원에 다니며 오랫동안 키운 쇼핑몰 창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꼭 해봐야 할 일이라고 A씨는 생각했습니다.

외국에서 물품을 직접 구매하는 이른바 '직구족'이 늘어난 만큼 최신 쇼핑 트렌드도 배울 수 있겠다고 자신을 격려했습니다.

A씨는 채용 과정이 전화로만 진행돼 고용주 얼굴을 못 본 게 마음이 걸렸지만 바빠서 그렇다는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로 신용 불량 상태라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없어 그런다'는 고용주의 부탁에 A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통장까지 개설했습니다.

이때까지도 A씨는 자신이 쇼핑몰 물품 사기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A씨를 채용한 조 모(38)씨와 권 모(28)씨는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여 뒤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조 씨 등은 지난해 11월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가짜 쇼핑몰을 개설하고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중'이라는 광고 문구를 올려 피해자들을 유혹했습니다.

그리고 A씨에게 문자 메시지와 인터넷 메신저로만 연락하며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을 2천만∼3천만 원씩 택배로 보내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A씨가 조 씨 등에게 전달한 돈은 1억9천600만 원 상당입니다.

가짜 직구 쇼핑몰 사이트에 속아 352명이 보낸 물품 대금이었습니다.

조 씨 등은 어느 정도 돈을 건네받고 나서 그대로 잠적해 버렸습니다.

모든 화살을 A씨에게 돌린 채였습니다.

물품을 받지 못한 성난 구매자를 상대해야 하는 것은 A씨의 몫이었습니다.

사업자 등록지를 A씨 거주지로 해놨기 때문입니다.

A는 경찰 조사에서 "오랜 꿈인 쇼핑몰 창업에 관련해 일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전혀 의심을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수개월간의 잠복과 탐문 수사를 토대로 조 씨와 권 씨를 붙잡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사건을 수사한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사정은 안타깝지만, A씨 역시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면서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범죄 예방에 도움되는 정보를 더 신속하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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