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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총기박람회에 '도망가는 검둥이' 과녁 파문

입력 : 2015.03.19 07:52|수정 : 2015.03.19 07:52


미국의 총기 박람회(Gun Show)에서 흑인에 대한 조롱과 경멸을 담은 상품이 판매돼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18일(현지시간) ABC방송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사우스다코타 주 최대 도시인 수폴스에서 열린 총기 박람회에 달리는 흑인의 실루엣을 과녁으로 그려넣은 사격 연습용 표적지가 등장했습니다.

곱슬머리와 두꺼운 입술, 배꼽과 맨발을 드러내는 등 흑인을 우스꽝스럽게 과장한 그림 위에는 "도망가는 검둥이 공식 과녁"(Official Running Nigger Target)이라고 쓰여있습니다.

'도망가는 검둥이'라는 표현은 1851년 처음 문서화된 미국 흑인 민요(Run Nigger Run) 가사처럼 노예 순찰차에 잡히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달리는 흑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검둥이로 해석할 수 있는 니거(nigger)는 흑인의 속칭으로, 미국에서 흑인들끼리가 아니라면 절대 입에 올려서는 안 될 표현입니다.

탄환 등의 상품과 함께 이 표적지를 판매한 상인은 "장당 10센트에 팔아 500달러 (약 56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총 5천 장을 판매한 셈입니다.

그는 "왜 그런 (인종주의적) 상품을 팔았냐"는 지역 신문 기자의 질문에 "왜 팔면 안 되나. 이건 단지 표적지일 뿐인데"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을까"라고 묻자 "당신이 흑인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수폴스 지역 방송은 이에 대해 "미국 사회에 인종주의와 차별이 얼마나 뿌리깊게 만연해 있는 지를 입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수폴스 총기 박람회 주최 측은 "문제의 사격 표적지를 사전 승인한 일이 없다"면서 "혐오 상품을 임의로 가져다 놓고 판매한 해당 업체가 다시는 박람회에 참여할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총격 살해한 사건이 전국적인 이슈가 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경찰이 흑인들의 사진을 사격 훈련용 표적지로 사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또 이달 초에는 오클라호마대학의 남학생 사교클럽 '시그마 알파 엡실론'(SAE) 회원들이 백인 우월·흑인 비하 내용의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면서 주동자 2명이 퇴학 처분되고 미국 SAE 본부가 오클라호마 지부를 폐쇄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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