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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몸짱·훈남 30대 4선 의원의 몰락…귀족이 되려했나?

김우식 기자

입력 : 2015.03.19 10:21|수정 : 2015.03.19 10:21


● 매력적인 정치인의 등장
 
지난 2011년 6월 미국의 남성전문잡지인 ‘Men’s Health’ 표지 사진입니다. 탄탄한 복근을 자랑하며 표지모델로 나선 사람은 운동선수가 아니라 미국의 하원의원 에이런 샤크입니다.
미국 하원의원1샤크는 잡지 표지모델을 하면서 당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미국의 재정 위기를 불러온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의료비 지출이다”, “의료비 예산의 80%는 건강을 돌보기만 하면 예방할 수 있는 가벼운 질병 치료에 쓰이고 있다” 며 운동을 습관화해 건강도 지키고 정부 지출도 줄이자며 자신의 건강관리비법까지 소개했습니다. “나는 하루 1시간 이상 달린다”며 “운동은 업무효율을 높이고 정신건강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이후에도 서핑을 타는 모습 등 사적인 영역을 담은 많은 사진을 공유하면서 대중의 큰 관심을 끌었는데요, 잘 생긴 외모와 탄탄한 몸매에, 나이까지 젊다는 그의 돋보이는 자산은 그를 미 의회 최고 매력남으로 불리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미국 하원의원21981년 5월생이니까 미국 나이로 33살, 우리 나이로 올해 35살입니다. 잡지 표지를 장식할 때가 29살인데 이미 일리노이주 출신 하원으로 공화당은 물론 미 정치권이 주목하는 샛별이었습니다.
 
● 최연소 하원의원…탄탄한 지역기반
 
미네소타에서 태어난 샤크는 부모를 따라 4학년때 현재의 지역구가 있는 일리노이주의 작은 도시 피오리아로 옮겨온 뒤 이곳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역시 동네에 있는 브래들리 대학에서 재정학을 전공합니다.

학창시절부터 리더십을 보였던 샤크는 23살 때 4선의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일리노이 주의원에 당선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2008년 4월 당시 오바마와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가 대통령 자리를 놓고 다툴 때 매케인 후보 지지연설을 했고 그해 11월 대선에서 오바마가 승리했지만, 샤크는 연방 하원에 당선되면서 중앙무대로 정치인생을 넓혀갑니다.
미국 하원의원3
2008년 당시 대선에서 일리노이주에서 매케인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준 지역구는 일리노이주 전체 18개 지역구 가운데 그의 지역구를 포함해 2개에 불과했습니다. 그만큼 샤크의 지역기반은 탄탄했습니다.

27살에 하원의원에 당선된 샤크는 당시 하원 최연소 의원이자 유일한 80년대 생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김영삼 전 대통령이 27살에 거제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경우가 있지만, 미국에서도 20대 남성이 지역구 의원에 당선되는 것 역시 그만큼 쉽지 않은 일입니다.  
 
● 거침없는 4선…언론과 함께 승승장구
 
그후 2010년 2012년 연달아 3선에 성공한 샤크는 유력한 일리노이주 주지사 후보로 떠오릅니다. 당시 공화당은 샤크를 2014년 주지사 선거에 내보낼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샤크는 주지사보다 한 번 더 하원의원을 원했고 지난해 11월 75%의 압도적인 지지로 4선 의원이 됩니다. 선수는 4선이지만, 두 명의 20대 여성의원을 포함해 이번 114대 의회에서도 샤크는 3번째로 젊은 의원입니다.
미국 하원의원4
그가 이렇게 승승장구한데는 그에 대한 언론의 특별한 관심이 한 몫을 했습니다. 사실 많은 미국 언론이 그렇듯 잘 생기고 젊은 정치인의 등장에 열광했습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 특히 사생활에 많은 언론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그는 연예전문채널의 자주 등장하는 등 대중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런 저널리즘에 대해 일부 언론, 예를들어 뉴욕타임스는 “그의 이미지는 그가 만드는 법안이 아니라 그의 사생활로 만들어졌다”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잡지모델이 되고 TV토크쇼에 등장하고 연예인 못지않게 자주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자신의 모습이 그의 정치적 기반과 대중적 지지를 높이는 방편으로 생각했습니다

실제 그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일 사람들이 당신이 누군지 모른다면 그들은 당신이 전하는 메시지를 들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정치인으로서는 어쩌면 지극히 맞는 말일 수 있으나 그의 몰락은 결국 그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였던 언론 보도로 시작됩니다.
 
● 화려한 귀족 사무실…돈 문제로 몰락

그의 비리의혹에 대해 처음 문제를 제기한 것은 지난 2월 워싱턴포스트였습니다. 이 신문은 샤크가 자신의 의회 사무실을 영국 귀족이야기를 다룬 텔레비전 프로그램 ‘Downton Abbey’ 를 본따 화려하게 고쳤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하원의원5              

윗 사진에서 문틈으로 사무실 내부가 일부 보이지만 벽은 화려한 붉은 색으로 칠했고 황금색 촛대와 독수리 모습이 그려진 호화로운 거울이 사무실 안에 있다고 합니다.

사무실 모습이 화려하다고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문제는 이 환경미화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했다는 것입니다.

첫 보도가 나온 뒤 미 의회 윤리국과 하원 윤리위가 감찰에 들어갔고 샤크가 초선 의원이던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0만 달러, 우리 돈 1억 원 이상을 사무실 보수비용에 썼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도화선에 불이 붙자 그동안 샤크에 우호적이었던 미국 언론들은 앞다퉈 비리를 캤고 후원자 소유의 항공기를 이용했고, 자동차 마일리지 세금공제를 속였으며, 공금으로 슈퍼볼 티켓을 사고 마사지를 받았다는 등 사적인 용도로 쓴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왔습니다.
미국 하원의원6
결국 샤크는 이달말 하원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스스로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지난 6년간 지역구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최근 6주간 제기된 의혹으로 혼란이 일었다"며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의정 활동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져, 무거운 마음으로 사임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공화당의 베이너 하원의장은 “샤크가 의정활동을 하면서 지역 주민들을 최선을 다했다"며 "그의 지난 6년간의 봉사를 감하고 앞으로 잘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공화당 지도부도 샤크를 더 이상 끌어안고 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겁니다.

과거 존 F 케네디나 빌 클린턴에서 보듯 젊고 매력적인 정치인에 대한 미국 언론과 대중의 높은 관심은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른바 얘기되는 정치인에 대한 높은 관심과 사랑이 한순간에 그에 비례한 비난과 미움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법무부와 선관위까지 이번 사건조사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어 샤크의 모습을 다시 미국 정치권에서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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