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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무기 개발 비리는 없다…도입 비리가 있을 뿐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입력 : 2015.03.18 14:35|수정 : 2015.03.18 15:28


통영함 비리 사건,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비리 사건, 거물 무기상 이규태 회장 비리 사건. 방산 비리 정부 합동수사단이 사활을 걸고 수사하고 있는 사건들입니다. 적을 이롭게 한다는 방산 비리입니다.

그런데 면밀히 따져보면 방산 비리 가운데 무기 도입 비리입니다. 외국 무기를 통째로 수입하거나 무기의 주요 부품을 외국에서 도입하는 과정에서 부조리가 발생한 사건이란 뜻입니다. 무기를 우리 손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리는 아닙니다. 어찌 됐든 방산 비리인 것은 맞지만 사업보국(事業報國) 즉 좋은 무기 만들어서 나라에 보답하겠다며 국산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역군들의 비리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일부 언론 매체가 맹목적으로 국산 무기를 공격하자 대통령이 방산 비리 근절을 선언했고 방산 비리 합수단이 출범하면서 국내 무기 개발업체들을 들쑤시고 있습니다. 합수단이 정밀 타격하지 않고 무차별 폭격을 해서 국산 무기 개발업체들이 고사(枯死)하고는 있지만 그나마 다행입니다. 비리 없는 국산 무기는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 방산 비리는 외국 무기 도입 비리일 뿐[취재파일] 김태훈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개입한 해군 함정 비리는 함정의 부품에서 비롯됐습니다. 유도탄 고속함, 차기 호위함에 독일 MTU사의 엔진을 들여 놓는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했습니다. MTU 엔진은 압도적인 세계 최고여서 해군 함정에 장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비리를 통해 가격을 부풀리고 정 전 총장 등은 대신 뇌물을 받은 혐의입니다. 정보함 비리도 정 전 총장 측이 특정 독일제 부품을 밀고 돈을 챙겼습니다.

방송인 클라라와의 다툼으로 이미 유명해진 이규태 회장의 공군 전자전 훈련 장비인 EWTS 도입 비리도 터키 장비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벌어졌습니다. 사양도 떨어지는 장비를 비싸게 도입했고 남은 돈은 이규태 회장 등이 챙겼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방산 비리 정국의 시작인 통영함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 소나, 외국 무인 탐사장비를 들여오다가 비리가 생겨났습니다.

몇몇 매체와 어떤 군사전문가, 일부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난타했던 국산 전차 K-2 흑표와 복합소총 K-11은 합수단의 그물망 수사에도 안전했습니다. 아니, 곧 하나 나올 것 같기는 합니다. 현재 전력화된 K-2에 독일 MTU의 파워팩을 장착하는 과정에서 비리 혐의를 포착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역시 외국 무기 도입 비리입니다. 국산 무기 개발 비리는 아닙니다.

● 사업보국…“돈 안되는 봉사”

사업보국은 삼성의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 한 말입니다. K-9 자주포를 만드는 삼성 테크윈 창원공장에는 아직도 사업보국 휘호가 남아있습니다. 이 회장은 삼성 테크윈 직원들에게 “돈 못 벌어도 좋으니 나라 지킨다는 마음으로 일하라”고 부탁했습니다. 비록 그의 손자 이재용 부회장이 사업보국의 뜻을 삼성 테크윈과 함께 헌신짝처럼 버렸지만 사업보국은 울림이 큰 선언입니다.

국산 무기는 개발도 어렵고 돈도 안됩니다. 미국과 유럽이 기밀로 꽁꽁 숨겨둔 기술을 혼자 힘으로 개발하기도 힘들뿐더러 개발했다 한들 판로가 대단히 한정적입니다. 대기업에게 방산은 애물단지입니다. 현대, 두산 등도 삼성처럼 방산 계열사를 팔아버리기를 내심 원합니다. 하지만 재벌들이 이 땅을 위해 이윤 안 바라고 봉사할 수 있는 많지 않은 기회가 방산이기 때문에 인내하며 국산 무기 만듭니다.

요즘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또 나서서 방산비리 적폐 혁파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합수단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방산 비리 수사 2 라운드에 돌입합니다. 바라건대 정밀 타격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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