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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그머니 사라지는 아파트 놀이터…상처받는 동심

입력 : 2015.03.17 15:35|수정 : 2015.03.17 15:51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습니다.

2008년 1월 제정된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7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1월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이 법은 설치 검사를 받지 않고 어린이들이 이용하도록 한 놀이시설 관리 주체에 대해 1년 이하 징역에 처하거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탓에 청주 지역 일부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개·보수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어린이 놀이터를 잇따라 임시 폐쇄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것은 오갈 데 없는 어린이들입니다.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놀이터 주변에는 공사장에서나 볼 수 있는 '안전제일'이라는 출입 통제선이 처져 있었습니다.

오는 31일까지 임시 폐쇄한다는 내용의 현수막도 내걸렸습니다.

놀이터 시설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1994년 지어진 이 아파트 단지 내에는 이 놀이터를 포함해 2개의 놀이터가 있습니다.

2곳 모두 관리사무소가 임시로 폐쇄한 상태입니다.

이 아파트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인근 아파트의 놀이터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청주시에 따르면 현재 공동주택에 설치된 놀이터 626곳 가운데 시설 노후 등의 이유로 이용이 금지되거나 임시 폐쇄된 곳은 57곳에 달합니다.

청주시도 어린이들이 맘 놓고 뛰어놀 수 있도록 하고자 2012년부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놀이터 개·보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36개 단지에 적게는 1천만 원씩, 많게는 2천만 원을 지원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원금이 턱없이 적어 소규모 영세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는 시설 개·보수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놀이터를 새로 만들려고 견적을 뽑아보니 9천만 원이나 나왔다"라며 "좋은 시설을 만들려면 관리비 인상이 필수적인데 주민 반발이 예상돼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한 주민은 "얼마 전 집 앞 놀이터가 철거되면서 아이가 큰길을 건너 이웃 아파트 단지 놀이터로 놀러 가고 있다"며 시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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