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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서 방화범으로 몰린 40대 재판서 누명 벗어

입력 : 2015.03.17 06:00|수정 : 2015.03.17 07:55


2012년부터 김 모 씨와 함께 경기도에서 중고가구매매업체를 운영하던 신 모(42)씨는 이듬해 9월 업체 창고에서 동업자 김 씨와 자금관리 등에 대한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그러던 중 창고에 불이 났고, 상반신에 심한 화상을 입은 신 씨는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3주가량 의식을 잃고 있다 깨보니 신 씨는 자신이 김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창고에 불을 지르고 김 씨에게 화상을 입힌 '파렴치범'이 돼 있었습니다.

얼굴과 몸 등에 12주가량 치료가 필요한 2도 화상을 입은 김 씨는 신 씨를 '방화범'으로 지목했습니다.

말다툼 도중 화가 난 신 씨가 창고에 있던 책상 밑에 시너를 뿌렸고, 이를 제지하기 위해 시너통을 빼앗아 밖에 두고 와 보니 이미 신 씨가 불을 지른 상태였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었습니다.

자신도 창고에 난 불이 옮아붙어 화상을 입었다는 김 씨의 진술은 강력한 증거가 됐습니다.

그러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신 씨는 오히려 김 씨가 자신의 등에 시너를 붓고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신 씨는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바닥에 뒹굴다가 김 씨가 계속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리는 것을 보고 정신을 잃었다고 호소했습니다.

서로 상대방이 불을 질렀다고 주장하는 상황.

검찰은 혼수상태였던 신 씨보다는 119에 직접 화재 신고까지 했던 김 씨의 말이 더 믿을만하다고 보고 신 씨를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장준현 부장판사)는 현존건조물 방화 치상 혐의로 기소된 신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불을 질렀다는 증거는 김 씨의 진술밖에 없지만, 화재현장 상황과 두 사람이 입은 화상 형태 등을 고려할 때 김 씨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신 씨가 책상 밑에 시너를 뿌렸다"는 김 씨의 진술이 객관적인 현장상황과 모순된다고 밝혔습니다.

화재현장 사진을 본 대검찰청 디지털 포렌식센터 화재수사팀 수사관이 책상 밑에 시너를 뿌렸다면 주변이 온전할 수 없는데, 현장을 보면 책상 아래 집기들이 대부분 불에 타지 않은 상태였다고 진술한 부분이 그 근거가 됐습니다.

김 씨는 시너통을 밖에 두고 와서 소화기로 불을 껐다고 진술했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시너통에서는 소화제 분말이 발견됐습니다.

화재가 진압된 후에 시너통이 밖으로 옮겨졌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상반신에 고르게 화상을 입었는데, 대검 화재수사팀에서는 방화자가 스스로 자신의 몸에 인화물을 붓고 불을 붙인 경우 대체로 화상이 한쪽으로 치우치므로, 피고인이 입은 화상형태는 타인이 신 씨의 몸에 시너를 뿌린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무죄 판단 근거를 설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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