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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연의 썸풋볼] 풀리스,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주세요

입력 : 2015.03.16 16:09|수정 : 2015.03.16 17:18


저주받은 일정일까? 상위 여섯 팀 가운데 다섯 팀이 남은 일정에 고스란히 포함된 이 팀은 바로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이다. 토니 풀리스가 이끄는 알비온은 29경기를 치른 현재 승점 33점으로 13위에 위치하고 있다. 강등권과의 격차는 8점으로, 안심하기도 이르지만 불안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그런 알비온이 챔피언스 리그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한 경기 한 경기 요동을 칠 수 있는 현재 순위표에서 대부분의 상위권 팀들과 경기를 치르는 알비온은 그만한 존재감이 있다. 티켓을 다투는 팀 가운데 사우스햄튼과 토트넘이 빠진 것이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알비온은 이미 사우스햄튼을 상대로 1승 1무, 토트넘을 상대로 1승 1패를 거두며 경쟁에 불을 붙이는 역할은 충실히 해냈다.

(사실 일정 상으로는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보다 헐 시티가 캐스팅 보트 역할에 더 근접해 있다. 헐 시티는 맨유, 사우스햄튼, 아스날, 토트넘, 리버풀 모두와 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살 떨리는 잔여 시즌을 보내야 할 판이다. 그러나 헐 시티는 전반기 동안 위 다섯 팀을 상대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어 캐스팅 보트로서의 역할을 잘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만 강등권과의 승점이 3점밖에 되지 않아 잔류에 사력을 다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의외의 결과를 만들 수도 있긴 하다.)


토니 풀리스.

“스토크 검증론”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색깔이 진한 스토크 시티를 만들었던 감독이자, 11월 23일까지 승점 4점만을 얻었던 크리스탈 팰리스를 45점으로 마감하게끔 만들며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된 사람이다. 21세에 UEFA A급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한 풀리스는 상황에 맞는 팀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능력이 탁월한 인물. 그의 크리스탈 팰리스는 스토크와는 다른 팀이었고,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 역시 그 둘과는 또 다른 팀이다.  올해 1월에 알비온에 부임한 이래 풀리스는 13경기에서 7승을 거두며 강등권 탈출이 목표였던 팀을 안정권에 올렸다. '잔류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위건을 이끌던 마르티네즈와, 강등을 탈출하려는 팀들이 마지막 보루로 애타게 찾았던 '빅샘' 샘 알러다이스도 있지만, 풀리스가 이끌던 스토크와 팰리스가 그가 떠난 이후에도 안정된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제 시즌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일정 속에서 최고의 재미를 보여줄 수 있는 역할로 낙점되었지만, 알비온의 여정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2009년 이후 알비온은 맨시티를 상대로 10번의 대결에서 1승 1무 8패를 기록하며 가장 약한 모습을 보였으며, 아스날을 상대로는 1승 3무 7패, 맨유를 상대로는 1승 3무 5패의 결과를 남겼다. 물론 늘 불안정한 성적을 기록하던 알비온으로서는 강팀을 상대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다 말할 수 있지만, 남은 일정동안 그동안 약했던 팀을 여러 번 만나야 한다는 점은 분명 악재다. 그나마 첼시에게는 9번의 대결 동안 2승 2무의 성적을 기록한 것은 나름 선방한 결과라 하겠다.

알비온을 상대로 가장 약한 모습을 보인 팀은 리버풀이다. 10번의 맞대결에서 리버풀은 네 번을 졌고, 한 번을 비길 정도로 심각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알비온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한 기록이다.


토니 풀리스의 개인 통산 기록을 살펴보면 그들의 여정이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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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스가 주로 맡았던 팀을 생각한다면 상위권 팀을 상대로도 인상적인 성적을 남겼다고도 할 수 있다. 기록상에서 맨유에게 압도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인 풀리스가 리버풀에게는 거의 비등한 성적을 올린 점 역시 두 팀의 대결에 많은 관심을 가게 하는 대목이다.

프리미어리그의 인기를 이끄는 것은 수많은 스타 선수들과 우승 경쟁을 하는 팀만이 아니다. 강등 경쟁과 챔피언스 리그 티켓 경쟁도 좋은 인기 요인이 되지만, 상위권 팀들의 발목을 잡아챌 능력을 갖춘 팀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 리그 전체의 경쟁력을 올리는 힘이 되어주는 것.

앞으로 팀당 많게는 11경기에서 적게는 9경기를 남겨둔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거리는 아무래도 챔피언스 리그 티켓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경쟁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남자, 토니 풀리스의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을 한 번 눈여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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