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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농약 살인 사건' 실마리 푼 순천향대 홍세용 교수

입력 : 2015.03.15 09:37|수정 : 2015.03.15 09:37


충남 천안의 한 대학병원 교수가 전 남편과 현 남편, 시어머니를 농약으로 살해하고 나서 자신의 딸까지 독살하려 한 이른바 '포천 독극물 살인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공은 독극물 중독 치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알려진 순천향대 천안병원 홍세용 교수다.

15일 순천향대 천안병원에 따르면 경기경찰청 제2청 소속 형사들이 홍 교수를 찾아온 것은 지난해 가을.

경찰관들은 40대 여성이 보험금을 노리고 전 남편과 현 남편, 시어머니를 농약으로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었으나, 증거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이들은 수도권의 대형 종합병원에서 발급한 3명의 사망진단서와 의료 기록 등을 홍 교수 앞에 제시하며 독극물 중독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부탁했다.

기록을 살펴본 홍 교수는 이들이 맹독성 제초제 성분인 '파라콰트'에 중독돼 숨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숨진 세 명 가운데 두 명은 이미 화장을 했고, 나머지 한 명도 매장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상황이어서 경찰관들은 난감해했다.

홍 교수는 매장한 시신에 대한 부검을 권유했다.

홍 교수는 "파라콰트는 다른 농약 성분과 달리 시신 내에서 오랜 기간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신 주변 흙을 조사해도 농약 성분이 검출된다"며 경찰관들에게 확신을 심어줬다.

어렵사리 부검이 진행됐고, 그 결과 시신에서는 파라콰트 성분이 검출됐다.

제초제에 의한 독살이 증명된 셈이다.

그러나 누가 제초제를 먹였는가에 대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홍 교수는 용의자로 지목된 여성의 딸이 서울의 한 병원에서 폐렴 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딸의 증상이 숨진 의붓아버지와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경찰에게 추적 관찰을 조언했다.

딸이 지난 2월 폐질환으로 입원하자, 홍 교수는 그녀의 진료 기록을 검토해 파라콰트에 중독됐음을 확인했다.

명백한 증거를 피할 수 없었던 여성은 범행 일체를 자백했고, 경찰은 살인 등의 혐의로 그녀를 구속했다.

그녀는 전 남편과 현 남편, 시어머니를 농약으로 독살한 뒤 친딸까지 살해하려 했으나, 농약중독치료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던 셈이다.

홍 교수는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는 경찰관들의 노력에 작은 도움을 줬을 뿐"이라며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면 독극물 중독 치료 전문가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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