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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표창원 "벤츠 여검사 무죄, 우리 사법현실 후진국 모습"

입력 : 2015.03.13 09:51|수정 : 2015.03.13 10:47

* 대담 : 표창원 소장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동영상

- 법조인 부패스캔들 홍콩은 영국에서 판검사 수입한 적도

▷ 한수진 / 사회자 :
내연관계에 있는 판사 출신 변호사로부터 고급 외제 승용차와 전세 아파트는 물론, 명품 가방과 신용카드까지 수천 만 원 대에 이르는 금품을 받고, 사건 청탁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 여자 검사에게 대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받은 금품이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 사랑의 정표라는 이유인데요,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 오늘 <표창원의 사건과 사람들>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표창원 소장님, 어서 오세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 / 사회자 :
이 사건이 지금 한창 관심을 받고 있는 속칭 ‘김영란법’의 제정 계기가 되었다면서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네, 그렇습니다. 이 사건과 건축업자로부터 지속적인 성 접대와 금품 상납을 받았던 소위 ‘스폰서 검사’ 사건이 계기가 되었죠. 두 사건 모두 검사들이 금품과 향응 등을 받았는데,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사법처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아니, 사건을 수사하고, 경찰수사를 지휘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사가 건축업자나 변호사에게서 거액의 금품을 받으면 당연히 대가성이 인정되는 것 아닙니까?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당연하죠. ‘포괄적 뇌물죄’라고 들어 보셨죠? 대법원이 1997년 전두환, 노태우 두 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처음 적용한 원칙인데요,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는 직무와 금품 수수가 전체적으로 대가관계에 있으면,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대가관계가 없더라도 뇌물수수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후 한보비리에 연루된 국회의원, 노무현 전 대통령 등에 대해 적용한 원칙입니다.
당연히, 업무특성상 수사나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되는 일이 많은 건축업자나 변호사가 수사 및 기소에 대한 전권을 쥐고 있는 막강한 권력자인 검사에게 돈을 줬다면, 선의나 기부로 줬다고 볼 수는 없죠. 당연히 대가성을 인정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적용하는 포괄적 뇌물죄, 검사나 판사 스스로에게는 적용하지 않으면서, 대가성이 입증 안 됐다라는 뻔뻔하고 낯 뜨거운 거 아니냐는 이런 비판이 제기되는 겁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벤츠 검사에 대해서도 사랑의 대가다 이렇게 한 거죠, 그래서 이중잣대 논란이 제기되는 건데요, 힘없고 끈 떨어진 전직 고위 공무원이나 야당 정치인 등에게는 툭하면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이나 자기 스스로에게는 입증이 어려운 ‘대가성’을 처벌요건으로 내걸면서 피해나가고 있다, 이런 지적이네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그렇습니다. 두 전직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해 중형을 선고했던 1997년, 소위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순호 변호사가 자신의 관내에 있는 검사와 판사 15명에게 수백만원 씩을 떡값이나 휴가비 명목으로 준 사실이 드러나 여론이 들끓었었죠. 이때도 검찰과 법원은 떡값이지 뇌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해서 형사처벌 없이 경고나 정직 등 자체 징계만 하고 무마했습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그런데, 그동안 검찰과 법원은 경찰관이나 소방관, 교사,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 일선 하위직 공무원들이 몇 만원을 받아도 뇌물죄로 처벌해 오지 않았습니까?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그렇습니다. 1998년 관내 업자로부터 명절 떡값 10만원을 받은 경찰관이 기소돼서 처벌받는 등 하위직 공무원은 소액이라도 금품을 받은 사실이 적발되면 거의 예외없이 처벌을 받았고요, 2004년에는 고소사건을 처리하면서 여성 피의자에게서 성상납을 받은 경찰관을 뇌물죄로 처벌했습니다.
또 교통경찰관이 자신의 직무와 상관없는 도박장 개설업자에게 돈을 받은 경우에도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해 구속했죠. 알고 지내던 사업자에게서 무이자로 돈을 빌린 경우에도 처벌받았고요.
 
▷ 한수진 / 사회자 :
그런데, 검사나 판사는 수천만 원 이상을 받고 사건 청탁을 해도 ‘대가성이 없다’며 처벌하지 않는다, 참 이해하기 힘든데요,그래서 국민들의 사법불신이 심해지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그렇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제 식구 감싸기’, ‘전관예우’, ‘법조3륜 유착’ 이런 말들이 마치 상식처럼 회자되고 있죠.
그 이면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벤츠 여검사’나 유사한 경우인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 그리고 판사들의 비리 스캔들인 ‘의정부 법조비리’, ‘대전 법조비리’ 등 다른 일반 공무원들이라면 엄하게 처벌받았을 부패나 비리를 저질러도 자신들은 증거불충분이다, 대가성이 없다 등 명분과 변명을 내세우며 처벌받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사례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법 불신의 뿌리라고 할 수 있죠.
그 뿐만이 아니죠, 최근에 문제가 된 ‘댓글 판사’, 일반인에게는 사이버명예훼손이라고 해서 처벌 받는 일인데, 그렇지 않았고요, 김학의 전 법무차관은 기소도 안 됐죠, 그리고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소위 바바리맨이라고 하는 당시 일반인 3명은 처벌받았지만 이 사람은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이러니 이들은 법 위에 군림하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 한수진 / 사회자 :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가장 정의로워야 할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잘못을 추상 적발하고 심판하는 검사와 판사들이, 스스로의 잘못에는 눈을 감고 관대한 모습을 보이는 것 뿐 만 아니라, 수사하고 처벌해야 할 대상자들과 유착하고 퇴임 후에 그 대가를 받는 듯한 모습들이 버젓이 드러나는데, 과연 일반 국민들이 법을 지킬 마음이 들겠습니까?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그렇죠. 생계 운전하는 분들은 벌점 등 법의 무서움을 아는데 판검사들이 이러면 허탈해지죠. 지난 해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적 신뢰지수’는 56.9점으로 세계 66위였습니다. 세계투명성 기구에서 조사한 ‘부패지수’는 세계 175개국 중 43위에 머물렀고요. 다른 정치나 행정, 산업 등 다른 분야의 문제도 있지만, 결국 ‘청렴’이나 ‘사회적 신뢰’의 핵심이자 최후의 보루는 검찰과 법원, 사법시스템이죠. 결국 대한민국을 ‘믿지 못할 사회’, ‘부패한 사회’로 만들어 온 주범이 검사들과 판사들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다른 나라들의 경우는 어떤가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다른 나라들도 문제는 있죠, 하지만 원칙과 태도가 다릅니다. 법언 중에 ‘법은 실제로 정의를 구현할 뿐만 아니라, 정의롭게 보여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1924년 영국의 ‘매카씨’ 판결에서 비롯된 말인데요, 위험한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야기한 혐의를 받고 있던 ‘매카씨’ 사건의 재판부 서기 중 한명이 과거에 매카씨를 대상으로 민사사송을 제기한 보험회사의 법률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재판부 스스로 매카씨에 대한 재판을 할 자격이 없다며 면소, 기각을 결정했습니다. 실제로 그 서기는 기소나 재판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죠.
그 이후 지금까지 미국이나 영국, 유럽 등 소위 선진국 검찰이나 법원은 매우 엄격한 윤리규정을 적용하고 변호사나 사건관계인과의 식사나 비공식적 접촉 자체를 금지하고 있죠.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검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숨긴 사실이 밝혀지거나 져도 바로 경찰에 체포되고 형사처벌을 받고 있고요, 홍콩에서도 검사와 판사가 연루된 부패스캔들이 터지자 이들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영국에서 판사와 검사를 수입해 와서 수사하고 기소하면서까지 사법에 대한 신뢰를 지킨 사례가 있습니다.
검사나 판사가 마치 법위에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대한민국의 사법 현실은 분명히 후진국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들을수록 부끄러워지는데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우리는 판검사에게 더 낮은 수준의 윤리를 요구하고 있는 거죠.
 
▷ 한수진 / 사회자 :
도대체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그동안 제도상의 문제가 많이 제기되어 왔죠. 몇 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사법시험 준비만 하던 사람들이 합격하면 바로 판사, 검사가 되면서 그동안의 고생과 투자에 대한 보상심리가 생긴다, 법조인으로서의 윤리나 사명감 같은 것이 생길 수 없다, 이런 지적인데요, 제도만이 문제가 아니라 법조인들 스스로 명예와 자부심을 지키겠다는, 사회 정의의 최후 보루로서의 역할을 다 하겠다는 직업적이고 집단적인 노력과 의지, 문화 형성이 안 되어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검,판사 직위를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이자 수단, 무기로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서 최대한 자신과 가족에게 유리한 이득을 얻겠다는 생각을 가진 검,판사들이 많고, 또 이런 사람들을 법조계에서 용인하고 감싸안는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제도 뿐 아니라 인식도 달라져야 하는 거죠.
 
▷ 한수진 / 사회자 :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소장님 고맙습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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