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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해커가 공개한 자료는 어떤 내용인가

입력 : 2015.03.13 07:52|수정 : 2015.03.13 07:52


작년 말 이후 약 3개월 만에 원전 관련 자료를 공개하며 인터넷에 재등장한 해커 '원전반대그룹'이 공개한 자료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해커가 공개한 자료는 파일 수로 25개, 자료의 종류로는 12가지입니다.

한글 자료와 동영상 자료가 각각 1개씩이고 프로그램 파일 자료 2개, 그림파일 자료가 8개입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1월 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한 내용으로 돼있는 녹취록 형식의 자료와 고리 1호기 운전용 계통도면, 실험용 시뮬레이션 장면이 담긴 동영상, 성능분석자료, 안전해석소개용 전산화면 등입니다.

또 박 대통령이 이번 중동 순방때 사우디 아라비아에 수출하기로 한 중소형 원전인 스마트 원전의 증기 발생기 분석자료도 포함됐습니다.

서로 연관성이 없는 자료들이 들어 있고 원전 관련 도면에 청와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끼워넣은 형식과 수법 등이 작년 말 5차례 걸쳐 실행했던 자료 공개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공개된 자료에 대해 "일반인이 보면 무슨 내용인지 알기 어렵지만, 공개돼도 원전의 운전이나 안전에 영향을 줄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협력업체 등도 갖고 있을 만한 자료여서 유출된 경로를 알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 자료가 유출된 경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한수원 외에 협력업체도 갖고 있을 수 있는 자료나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스마트 원전 관련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미뤄 한수원 내부가 아닌 곳에서 유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수원은 "작년 12월23일 5차 자료 공개 이후 사이버 공격을 받은 적이 없고 그로 인해 유출된 자료는 없었다"며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훨씬 이전에 여러 곳에서 수집한 것들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번 자료 공개자도 지난해 사이버 공격자와 동일범으로 추정되고 과거에 수집한 자료를 가지고 계속 사이버심리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자료 공개에 대해 대검찰청 등 수사기관에 추가로 수사를 요청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추가로 공개된 원전 관련 자료는 과거와 유사한 일반문서 수준"이라며 "현재까지 원전의 안전 운영이나 업무용 네트워크에 영향을 주는 어떠한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스마트 원전 관련 자료는 연구원이 개발한 모델의 초창기 자료로, 현재 최종 완성된 모델은 전혀 다른 디자인이며 해당 자료는 이미 공개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원전의 자료가 인터넷에 떠도는데도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하는 인식 자체가 더 큰 문제"라며 한수원 사장과 산업부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중동에 신형 원전을 수출하려 하고 미국에 원전설계 기술 수출을 위해 안전성 테스트를 받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는 등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같은 트위터 계정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원전 자료를 공개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시도가 또다시 이뤄졌다는 점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폐기된 자료, 또는 오래된 자료라 할지라도 문제는 왜 이런 자료가 트위터에 돌아다니냐는 것"이라면서 "웬만한 기술이 있는 회사라면 원전 설계도면만 보고 제작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작년 말부터 유출된 자료를 검토해보니 자료의 수준은 논외로 하더라도 중수 누출 기록, 신형 경수로, 표준형 원전 등 한국형 원전에 관한 자료가 총망라돼 있다"면서 "이런 자료가 유출됐다고 해서 원전이 멈추진 않지만 '그러므로 문제가 없다'는 관점은 잘못됐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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