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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5월 승전기념 행사에 서방 불참 발표 잇따라

입력 : 2015.03.13 05:48|수정 : 2015.03.13 05:48

"러-북 관계개선 시도, 러시아 '고립 이미지' 자초"


서방 주요국 정상들이 오는 5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 불참 의사를 잇따라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2015년을 '북한과의 친선의 해'로 선포하면서까지 북한과 관계개선에 나서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방으로부터의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러시아의 승전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총리 대변인이 12일(현지시간) 밝혔다.

대변인은 "러시아와의 토론, 러시아의 행동에 대한 우리의 우려 등의 맥락에서 승전 기념행사 참석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면서 "현재 계획에 따르면 총리가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이 캐머런 총리의 행사 불참 배경임을 시사한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전날 불참 의사를 밝혔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메르켈 총리는 오는 5월 9일 승전 기념행사에 참석해달라는 러시아의 초청을 수락할 수 없다"면서 "대신 푸틴 대통령에게 이튿날인 10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함께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푸틴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도 이날 메르켈 총리 측근을 인용해 "총리가 오랫동안 고민하다 며칠 전 모스크바 기념행사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런 결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과 연관된 것이라고 전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대다수 서방 국가 지도자들이 모스크바 승전 기념행사에 불참하더라도 메르켈 총리는 2차 대전 당사국 수장인데다 최근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강조해온 점 등을 들어 참석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마저 불참을 선언하면서 행사 분위기가 더욱 위축되게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서방국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와의 갈등 때문에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초청장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 나치 독일을 무찌르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날을 기념하고 있다.

10년 단위의 '꺾어지는 해'처럼 주요 연도 기념식에는 여러 외국 정상들이 초청된다.

2005년 60주년 기념식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등 53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참석했으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초청받았으나 참석하지는 않았다.

현재까지 70주년 기념행사 참석 의사를 밝힌 외국 정상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 밀로슈 제만 체코 대통령,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 등 2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러시아 측에 참석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푸틴 대통령 측근의 말을 인용해 오는 5월 9일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초청한 것은 그에 대한 '서방으로부터의 고립 이미지'를 강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전세계에서 4개국만 국가로 인정하는, 조지아(옛 그루지야)로부터의 독립추진국 '아브카지아' 외무장관과 최근 회동했다고 소개하고 이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이어 서방으로부터의 고립을 자초하는 또 다른 사례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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