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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태환-리총웨이 닮은 꼴 다른 태도

권종오 기자

입력 : 2015.03.15 08:54|수정 : 2015.03.15 08:55


올해 32살인 리총웨이는 말레이시아의 배드민턴 스타입니다. 그의 고향은 ‘음식 천국’으로 유명한 휴양지 페낭으로 말레이시아에서 화교가 많이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계 화교 출신인 리총웨이는 숙명의 라이벌인 중국의 린단과 함께 지난 10년 동안 세계 배드민턴 남자 단식을 양분해왔습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린단에 져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오랫동안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며 말레이시아의 영웅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런 리총웨이를 한순간에 추락시킨 것은 금지약물 복용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박태환과 그 시기와 과정이 복사판처럼 비슷합니다. 리총웨이는 2014년 8월30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벌어진 세계 배드민턴선수권 기간에 도핑 검사(소변 채취)를 받았는데 금지약물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이 검출됐습니다. 덱사메타손은 관절염과 피부염 치료에 쓰이는 스테로이드 제제입니다.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훈련 중이던 박태환은 이로부터 4일 뒤인 9월3일 인천에서 실시된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이 적발됐습니다.

리총웨이는 A샘플 결과에 불복해 B샘플 조사를 요청했고 박태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리총웨이는 2014년 11월8일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아 선수자격이 정지됐고 박태환은 한 달 뒤인 12월8일에 최종 양성 반응을 통보받아 역시 이날부터 선수자격이 정지됐습니다.  

리총웨이는 오는 4월1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고 박태환은 오는 23일 스위스 로잔에서 개최되는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에 출석해 소명할 계획입니다. 두 스타는 모두 오랜 선수 생활 동안 한 번도 도핑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자격 정지 상태에서도 훈련을 계속 펼치고 있는 점, 징계 완화를 위해 도핑 관련 최고 변호사를 선임한 것도 공통점입니다.
박태환 선수 캡쳐_스포츠선수로 최고의 무대인 내년 리우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위기에 빠진 것도 같습니다. 박태환의 경우 18개월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무산됩니다. 리총웨이의 경우 최소 3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의 징계를 받게 됩니다. 만약 2년에 가까운 징계가 내려지면 올림픽 출전이 어려워지는데 이렇게 될 경우 리총웨이는 곧바로 은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동병상련’이란 말이 딱 들어맞을 만큼 리총웨이와 박태환의 공통점이 무척 많지만 차이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박태환은 자신에게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주사(네비도 주사)를 투여한 의사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정작 25살 청년인 자신이 왜 갱년기 치료제에 쓰이는 주사를 맞았는지를 비롯해 여러 의문점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리총웨이는 정반대입니다. 그는 세계 배드민턴선수권 한 달 전에 고질적인 허벅지 부상 치료를 위해 ‘덱사메타손’(Dexamethasone) 성분이 들어있는 주사를 맞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덱사메타손은 통상 10일이 지나면 체내에서 사라지는데 지난해 8월에는 왜 그렇게 오래 몸에 남아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무척 억울해하고 있습니다. 그는 며칠 전 중국 신화사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 사건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 청문회를 기다리는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럽다. 4월11일 청문회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빨리 경기에 복귀하고 내년 올림픽에도 나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낳은 두 아시아 스포츠스타가 나란히 내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지, 아니면 모두 출전할 수 없을 지, 아니면 한명은 출전하고 한명은 그렇지 못할 지 이제 조금 있으면 그 운명이 판가름이 납니다. 두 선수에게 남은 기간은 인생에서 가장 길고 가장 초조한 날의 연속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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