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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맞아 홍역 치르는 부산국제영화제

입력 : 2015.03.11 14:09|수정 : 2015.03.11 14:09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성대한 축제를 준비해도 모자랄 판에 영화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외압 논란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작년 영화제 당시 세월호 사고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을 두고 불거진 부산시와의 갈등은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논란으로 본격적으로 수면에 등장했습니다.

앞서 작년 10월 제19회 BIFF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은 '다이빙벨'이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작품"이라며 상영 취소를 요청했지만 BIFF는 '다이빙벨'을 예정대로 상영한 바 있습니다.

부산시는 작년 말 조직위를 상대로 지도점검을 벌였으며, 이를 토대로 초청작 선정과 예산 집행 과정 등을 문제 삼으며 이 집행위원장을 압박했습니다.

사실상의 사퇴 종용에 영화계는 즉각 비대위를 꾸려 영화제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말라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와 유명 감독의 지지 선언도 잇따랐습니다.

이런 가운데 부산영화제 측이 부산시의 요구를 받아들여 미래비전과 쇄신안을 마련하겠다며 부산과 서울에서 잇달아 공청회를 열기로 해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이 집행위원장이 부산시에 공동집행위원장을 제안한 사실이 부산시를 통해 알려지며 이번 사태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더군다나 이 집행위원장이 어제(10일) 열린 서울 공청회에서 밝힌 것처럼 단순히 공동 집행위원장을 1명 더 세우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사퇴하겠다는 뜻을 스스로 밝힌 것이 골자여서 영화계의 충격은 더욱 큽니다.

공청회에서도 "원칙에 대한 개선 방안이 아니라 타협"(심재명 ㈜명필름 대표), "이런 선례를 남기면 국내 다른 많은 영화제에도 영향을 줄 것"(민병록 동국대 영화영상제작학과 교수) 등 반대 의견이 잇따랐습니다.

이에 대해 이 집행위원장은 "영화계의 의견에 대해 고민은 하겠지만 (물러나겠다는 뜻에는)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집행위원장은 "한창 영화계가 바쁠 때인데 제가 머뭇거리면 영화계에 오히려 누가 될 것"이라며 "지금이 오히려 (사퇴 의사를 밝히기에) 적기"라고 말했습니다.

BIFF조직위 측은 공청회와 외부 용역, 내부 의견 등의 내용을 취합해 이달 중으로 영화제의 미래비전과 쇄신안을 마무리하고 오는 10월 1∼10일 열릴 예정인 영화제 준비에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런 가운데 영화인 비대위 측은 내주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자칫하면 영화계 내부의 분열로 비칠 수 있어 무조건 이 집행위원장의 결정을 비난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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