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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의 논픽션] '그레이' 韓 취향 저격 실패…그래도 웃는 이유

김지혜 기자

입력 : 2015.03.11 13:34|수정 : 2015.03.11 13:34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감독 샘 테일러 존슨)에 대한 서구와 우리나라 관객의 온도차는 컸다. 

북미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전세계적으로 5억 2,774만 달러(한화 약 5,890억)의 극장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는 '트와일라잇1'의 전세계 흥행 수익 3억 9,261만 달러를 뛰어넘는 놀라운 기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미지근한 반응을 얻는데 그쳤다. 사실상 취향 저격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관객은 뻔하디 뻔한 할리퀸 로맨스에 열광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참패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애초 수입사가 잡았던 목표치 이상을 달성하며 관계자들을 미소 짓게 했다. 지난 달 25일 개봉한 영화는 3월 10일까지 전국 35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40만 명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에 따르면 수입사인 UPI 코리아는 영화의 흥행 목표를 30만 명으로 잡았다. 해외의 엄청난 흥행세에도 불구하고 목표치를 낮게 잡은 이유는 국내 관객에게 어필할 요소가 많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이미지동명의 원작 소설은 전 세계적으로 1억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였지만 국내에서는 원작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도 높지 않았다. 일부 국내 관객은 오랜만에 등장한 '성애 영화' 정도로 받아들였다.  

국내 관객의 구미를 당길만한 스타도 부재했다. 외화를 어필하는데 있어 스타 마케팅은 필수다. 그러나 '그레이'에는 우리에게 알려진 스타가 없다. 남녀주인공 제이미 도넌과 다코타 존슨은 사실상 '듣보잡'에 가까운 배우들이었다. 

마케팅상의 악재는 물론이고 시사회 이후엔 어마무시한 악평까지 등에 업었다. 영화평론가 이용철 씨는 이 영화에 평점 0점을 줬다. 심지어 "야하지도 않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노출됐다.

그러나 안티 기사들은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높이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영화를 얼마나 못 만들었는지", "섹스신이 얼마나 무미건조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극장으로 향하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어쨌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관객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수입비용을 회수하기는커녕 마케팅비를 초과 투입해도 적자를 기록하는 외화가 허다한 데 이 작품은 적게 쓰고 많이 벌어 관계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2편 제작을 확정했다. 그레이의 두번째 한국 공략은 성공할 지 지켜볼 일이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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