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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현희의 체인지업이 한국야구에 중요한 이유

이성훈 기자

입력 : 2015.03.10 18:15|수정 : 2015.03.10 18:48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선발 전문투수’다. 밴덴헐크는 밴헤켄과 함께 지난 해 최고의 외국인 투수였다. 그런데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는 이들보다 더 강한 투수가 있다.

<2012-2014 우타자 상대 피OPS. 500타자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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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데뷔한 뒤, 한현희는 국내 최고 수준의 우타자 킬러로 군림했다. 타고투저의 광풍이 몰아친 지난 해에도, 한현희는 우타자 상대 OPS를 자신의 통산 기록보다 낮췄다. 당연히 전체 1위였다.
 
<2014년 우타자 상대 OPS. 100타자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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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핸드 투수는 원래 오른손 타자를 잘 잡고 왼손 타자에게 약한 경향이 있다. 한현희도 좌타자를 상대로는 고전했다. 3년 통산 좌타자 상대 OPS가 0.800. 우타자 상대 OPS보다 40%나 높다. 지난 3년간, 우타자 대비 좌타자에게 이 정도로 약했던 투수는 드물다. 
 
<우타자가 반갑고, 좌타자가 힘들었던 투수들. 2012-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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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동안 홀드왕에 오르며 리그 최고의 중간 계투요원으로 활약했던 한현희는 올 시즌 선발투수로 변신할 예정이다. 적은 수의 타자를 상대하는 구원투수들은, 잘 제압할 수 있는 타자들을 상대로 '표적 등판'할 수 있다. 하지만 선발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히려 상대팀이 한현희에 맞춰 좌타자를 집중 포진시킬 것이다. 즉 좌타자를 제압할 신무기의 장착 여부가, 한현희의 선발 전환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그래서 한현희는 올 겨울, 체인지업을 새로 연마했다. 투수에게 체인지업은 '반대 손 타자'를 잡는데 특히 효과적인 구종이다. 일반적으로 투수와 반대 손을 쓰는 타자의 바깥쪽으로 휘어지며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계적 수준의 서클 체인지업으로 왼손 투수이면서도 오른손 타자를 효과적으로 제압하는 류현진이 대표적인 예다. 우완 언더핸드 투수이면서도 좌타자에게 훨씬 강한 이재학(NC), 좌투수이면서도 우타자를 훨씬 잘 잡는 유희관(두산)의 주무기도 체인지업이다. 이미 뛰어난 우타자 제압 능력을 갖춘 한현희가, 좌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성공적으로 구사한다면 '완전체의 선발투수'로 자리잡을 수 있다.   야구 관련
현재 한국 프로야구는 '젊은 선발투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해 생애 처음으로 1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해 리그 평균보다 낮은 방어율을 기록한 투수는 아무도 없었다. 100이닝 이상을 던진 23세 이하 투수도 없었다. 우리와 대조적으로 지난 해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23세 이하 투수 11명이 100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극심한 타고투저 속에 모든 팀이 좋은 선발투수를 갈구하고 있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FA 시장에서 투수들의 몸값이 야수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하는 이유다. 한현희의 체인지업이, 한국야구의 심각한 ‘젊은 선발 가뭄’을 해소하는 단비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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