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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현장의 땀 DNA로 80대 노인 살인 피의자 붙잡아

류란 기자

입력 : 2015.03.10 11:29|수정 : 2015.03.10 13:00


80대 재력가 할머니 살해 사건의 피의자 60살 정 모 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이 밝힌 DNA와 CCTV 분석 결과는 다릅니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오전 8시 47분쯤 피해자 86살 함 모 할머니의 강남구 2층 주택에 정 씨가 들어가는 장면이 현관 오른편 20에서 30m 거리에 위치한 CCTV에 촬영됐다"고 말했습니다.

정 씨가 집에서 나오는 장면은 CCTV에 찍히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정 씨가 '할머니집 담과 옆집 담 사이를 통해 나왔다'고 말했다"면서 "현재는 진술을 번복했으나 주변의 시신을 피해 뒤로 빠져나갔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함 씨는 이튿날인 지난달 25일 오후 4시 50분쯤 자신의 방에서 두 손이 묶인 채 목이 졸린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수사초기 정 씨의 정체를 알지 못했던 경찰은 함 씨의 집에 들어간 인물의 신원을 알아내기 위해 주변 CCTV 수십 대의 영상을 돌려보며 이동경로를 조금씩 되짚어가는 작업을 벌였습니다.

추적 끝에 이 남성은 함 씨의 집에서 2㎞ 남짓 떨어진 다세대주택 반지하방 거주자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동사무소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거주지에 사는 사람은 함 씨의 집에 세를 들어 살았던 적이 있는 정 씨로 밝혀졌고, 이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측에 급히 DNA 분석 결과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경찰은 함 씨의 손을 묶은 끈과 함 씨의 목, 손톱 등에 묻어 있는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땀에서 DNA를 확보한 뒤 함 씨의 친인척과 세입자, 이웃 주민, 통화 상대방 등 69명의 구강세포를 채취해 일일이 대조하고 있었습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에는 해당 DNA가 등록돼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 세입자'로 분류돼 있던 정씨 역시 경찰에 DNA를 제공했습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경찰이 증거가 될 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고 알려졌던 데다 DNA 채취를 거부할 경우 불필요한 의심을 살 것으로 우려해 정 씨가 DNA 채취에 응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어제 오후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정 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국과수의 통보를 받은 경찰은 정씨를 즉각 긴급체포했습니다.

정 씨는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함 씨의 주택에 세들어 살았고, 함 씨와는 25년에서 30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일용직 페인트공으로 일했으나 당뇨병 때문에 건강이 악화돼 최근에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는 2013년에는 보험사기 혐의로 실형을 살았고, 이전에 5번의 벌금형 받은 적이 있다"라며 "이중 상당수는 사기 혐의"라고 말했습니다.

정 씨는 그러나 살인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습니다.

정 씨는 오늘(10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유치장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살인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고, 일부 매체의 보도와 달리 함씨에게서 돈을 빌리려 하거나 도박에 빠진 적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오늘 오후 정 씨를 상대로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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