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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강릉 아이스하키는 난센스"

권종오 기자

입력 : 2015.03.10 09:34|수정 : 2015.03.10 09:43


 조양호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이 어제(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내 분산개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했습니다. 조 위원장은 “천재지변으로 정해진 경기장에서 도저히 경기할 수 없을 때 차선책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회 개최를 위해서는 경기장뿐만 아니라 숙박시설, 경비, 교통, 통신 등 모든 연계시설이 해결돼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분산 개최가 실질적 이익이 있나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조 위원장이 말대로 제반 시설을 보지 않고 경기장만 따져 분산 개최를 외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동계올림픽의 꽃인 남자 아이스하키만은 예외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는 강릉에 건설 중인 아이스하키1 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으로  현재 공정률은 10% 안팎입니다. 올림픽이 끝나면 철거하게 돼 있습니다. 건설비는 1,079억 원으로 정부가 809억 원을 강원도가 270억 원을 부담합니다. 철거 비용까지 합치면 1,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양호 위원장이 기자 간담회를 하는 비슷한 시각에 저에게 한 통의 이메일이 왔습니다. 국내 한 건축 전문가가 서울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올림픽 수영장을 아이스하키 경기장으로 개조할 경우 건설비를 계산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파일에 따르면 건축, 설비, 전기 공사 등을 포함해 총 196.5억 원이었습니다. 세부 내역을 보면 건축공사 92.7억, 설비공사 39.1억, 전기공사 5.6억, 공과잡비 41.2억, 부가가치세 17.1억 원입니다. 9일자 국내 한 조간신문은 2개 건축업체 용역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총 183억 원으로 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금액이 대부분 비슷하다는 증거입니다. 매몰 비용까지 합치면 대략 300억 원으로 강릉에 지을 경우보다 1,000억 원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서울 올림픽 공원 1988년 서올 올림픽 수영 경기를 치렀던 올림픽 수영장은 올림픽공원 안에 위치해 있어 교통, 주차, 진입로, 식당 등 다른 부대시설이 거의 완비돼 있습니다. 조양호 위원장이 언급한 숙박, 교통, 통신 등 연계 시설도 다 갖춰져 있습니다. 테스트 이벤트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남자 아이스하키 테스트 이벤트는 2017년 3월로 예정돼 있는데 올림픽 수영장을 개조하는데 1년이면 충분합니다. 지금부터 설계에 들어가면 늦어도 내년 여름이면 끝난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난 1월19일 <취재파일>에서 이미 밝혔듯이 입장권 판매에도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 [취재파일]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는 서울에서"
 
 평창조직위는 개-폐회식을 비롯해 각종 경기 입장권 판매로 총 2,439억원을 벌어들여야 적자를 겨우 면합니다. 이 가운데 최고 인기 종목인 남자 아이스하키에서 최소 1,000억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아이스하키 입장권의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저 20만원에서 최고 100만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1장당 평균 30만원일 경우 1.000억 원을 채우려면 조별 예선부터 결승까지 거의 전 경기 만원 관중(약 1만 명)을 동원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스웨덴과 러시아의 예선 경기가 강원도 강릉에서 벌어질 경우 과연 몇 명이 2-30만 원이나 되는 고가 입장권을 구입하고 관전할 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6만명을 수용하는 메인스타디움이 텅텅 빈 채 육상 경기가 열려 국제적 망신을 당했습니다.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경기도 이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래서 그나마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는 것입니다. 일단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에서 가까워 외국 관람객 유치에 유리합니다. 또 아이스하키 팬들도 강릉보다 훨씬 많고 소득 수준이 높아 관중 유치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NHL) 최고 스타들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NHL 스타들은 부상 가능성을 우려해 올림픽 출전을 썩 달갑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평창조직위와 IOC가 수용하기 힘든 여러 가지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첫째 전용 숙소입니다. 이들은 가족과 함께 다니기 때문에 최고 등급 호텔의 최고 객실(스위트룸)이 적어도 100개 이상 필요합니다. 현재 강릉과 평창에는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숙소가 마땅치 않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전용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공항입니다. NHL 패밀리 수백명이 탑승할 항공기는 대형 여객기가 유력한데 현재 강원도 양양공항의 활주로가 2.5km에 불과하고 공항 자체가 유명무실해 안전 문제에 의문을 나타낼 가능성이 큽니다. 남자 아이스하키가 서울에 위치한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 치러질 경우 NHL 스타들의 숙소와 공항, 안전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입니다.평창 올림핌 개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어젠다 2020’ 정신에 따라 해외 분산 개최까지 허용했습니다. 2020년 하계올림픽을 치르는 일본의 도쿄는 이 점을 재빨리 이용해 총 10개 경기장 변경을 통해 무려 1조1천억 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됐습니다. 농구와 승마경기장을 신축하지 않고 2005년 세계선수권과 1964년 도쿄올림픽 당시 사용했던 경기장을 각각 재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아이스하키인들은 “서울에서 평창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를 치르는 것이 모든 면에서 월등히 낫다. 이런데도 강릉에서 무리하게 아이스하키 경기를 개최하는 것은 일종의 난센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조양호 위원장은 “분산 개최가 실질적 이익이 있나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남자 아이스하키의 서울 개최는 분명히 실질적이 이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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