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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트 피습' 테러일까 아닐까…전문가 의견 엇갈려

입력 : 2015.03.05 17:56|수정 : 2015.03.05 18:02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이 테러인지, 개인적 돌발 행동인지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극명히 엇갈렸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사건을 명백한 테러로 규정한 반면, 다른 한편에선 사회적 관심에 굶주린 개인이 벌인 '자기만족적 범죄행위'에 가깝다는 분석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리퍼트 대사에 대한 김기종(55) 씨의 공격은 '테러'의 외형적 요건을 모두 갖췄습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공포 상태를 일으켜 특정 목적을 달성하려는 개인 또는 단체가 벌이는 살인, 납치, 유괴, 저격 등 폭력 행위가 테러라고 정의했습니다.

김 씨는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반미, 남북대화를 주장하면서 오늘(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조찬 강연회에 참석한 리퍼트 대사에게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목적과 행위, 공포 유발이란 결과를 고루 갖춘 셈입니다.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냈던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정치적인 동기에 의해 공포심을 조성, 한미훈련을 방해하려 했던 것으로 테러 중에서도 가장 나쁜 테러 행위"라며 "김 씨의 배경 등을 토대로 배후세력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이념적 성향을 표출하려고 극단적 방법을 선택한 전형적 확신범"이라면서 "김씨는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을 것이고, 이런 점에서 이번 범죄는 테러로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번 사건을 진짜 '테러'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 전문가들도 있었습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진정한 테러로서의 치밀성이 결여돼 있다"면서 "본인의 주장과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행위였는지 따져본다면 '0'점 혹은 '마이너스(-)'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당장 한미동맹은 강화될 것이고 (김씨 같은) 소수 극단주의자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커질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멍청하고 아둔한 행동이었고, 테러라기보다는 본인의 개인적 욕구를 달성하기 위한 범죄에 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단순히 자기의 공명심 때문에 했다면 테러와는 먼 사건이 된다"면서 "이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해선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석기 전 의원과 RO(혁명조직)에 대해 남아있는 일부 동정 여론도 이른바 종북과 극단주의자들이 존재하고 언제든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확인된 셈이어서 힘을 잃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김 씨가 현실과 동떨어진 심각한 망상을 갖고 있었을 공산이 크다고 봤습니다.

표창원 교수는 "과거 일제 강점기 독립투사처럼 자신의 행동이 미화되고 합리화될 것이란 생각에 리퍼트 대사를 공격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코 용납될 수 없고 이해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김 씨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공격 대상으로 리퍼트 대사를 고른 것부터가 다소 엉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리퍼트 대사는 대표적인 지한파로 한국에 부임한 후 낳은 첫 아이에게 한글 이름을 지어주는 등 한국에 대해 많은 애정을 보여왔습니다.

표 교수는 "김 씨는 리퍼트 대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고 리퍼트 대사는 친한파로 알려져 김 씨의 주장, 목적을 달성하는데 전혀 부합하지 않는 인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럼에도 김 씨가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이면에는 낮은 자존감이 있다고 본다"면서 "자신이 성취하고 노력하고 갖춘 것으로는 자부심을 느끼거나 만족할 수 없으니 극단적 행동으로 자기에 대한 관심을 끌고, 자기 주변의 소수 그룹 내에서라도 영웅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범행 동기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준태 교수는 김 씨의 행위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때 살인으로 볼 동기가 있다"면서 "강한 신념이 있는 정신적 집착이 강한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범죄의 유형"이라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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