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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온 손수레…불황 속 대학가 이사 신풍속도

입력 : 2015.03.04 08:11|수정 : 2015.03.04 08:11


손수레에 가득 실린 상자와 가방, 이불 보따리들이 골목길을 돌 때마다 이리저리 굴러 떨어질 듯 위태롭게 흔들립니다.

오르막길을 만나자 땀을 뻘뻘 쏟으며 용을 써보지만 야속한 수레는 더디게만 굴러갑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모두 안도한 듯 환하게 웃으며 "덕분에 이사 잘했다"며 덕담을 주고받습니다.

마치 1970년대 경제성장기를 다룬 영화 '국제시장'에 나올 법한 장면이지만, 2015년 새 학기를 맞은 서울 시내 대학가의 이사 풍경입니다.

대학가에 따르면 불황으로 인해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이 얇아지면서 새 학기 이사철을 맞아 다양한 절약 아이디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대 학생복지위원회는 학생들에게 손수레를 1천 원에 빌려주고 있는데 요즘 부쩍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는 원래 학기 중에만 제공되는 서비스이지만, 이사철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지난달 하순부터 신청을 받았습니다.

시립대 학생복지위원회 관계자는 "평소에는 1주일에 한두 명 정도 손수레를 빌려 가지만 최근에는 하루에 3명까지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 손수레를 빌릴 수 있느냐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달 초 자취방을 옮긴 시립대 3학년 최 모(24)씨도 이처럼 손수레를 빌려 손수 이삿짐을 나른 경우입니다.

최 씨는 지난달까지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33만 원짜리 방에 살았지만, 비용 절약 차원에서 아는 선배와 같이 살기로 하고 새 방을 구했습니다.

그는 친구 2명과 함께 앞뒤로 손수레를 밀며 구불구불 골목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과속방지턱이 나올 때마다 '덜컹'하고 짐 위에 올려놓은 옷가지나 우산이 땅에 떨어졌지만 친구들이 잽싸게 주워담았습니다.

약 30여분 만에 새 자취방에 도착한 최씨는 "용달차를 부르려면 아무리 적어도 10만 원 가까이 줘야 해 비용을 아끼려고 손수레를 썼다"며 "아낀 돈으로 도와준 친구들에게 자장면이라도 사줘야겠다"고 말했습니다.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에 이사 차량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학교도 있습니다.

경희대 생활협동조합은 단 돈 1만 원에 1톤 트럭을 제공하는 '짐-캐리' 서비스를 조합원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약 5년 전 시작된 이 서비스는 매년 신학기철마다 한정적으로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아 운영되는 데 이 또한 최근 부쩍 인기가 좋아졌습니다.

이 트럭은 당초 학내 서점에서 책을 나르는 용도로 쓰이는 차량입니다.

생협 소유이기에 1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가능했습니다.

생활협동조합 관계자는 "요즘은 하루 평균 4명 정도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데, 가격이 저렴한 탓에 학생들의 만족도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처럼 부동산 중개업소를 일일이 돌아다니며 방을 살펴보는 대신 최근 유행하는 스마트폰 앱으로 미리 정보를 접해보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도 또 다른 변화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한국외대 프랑스어과 2학년 선 모(21)씨는 "지난달 중순 친구들이 추천해 준 한 부동산 앱으로 집을 구했다"며 "방학을 맞아 고향인 광주에 내려가 있으면서 원하는 가격대와 장소를 쉽게 알아볼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외대 인근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요즘 스마트폰 앱으로 집을 구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확실히 높아졌다"며 "미리 앱이나 인터넷으로 방의 크기와 조건을 따져보고 나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계약만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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