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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혈증' 신해철에 "안심하라"…살릴 기회 두 번 놓쳐

입력 : 2015.03.03 12:57|수정 : 2015.03.03 12:57


고 신해철 씨의 사망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신 씨를 수술한 S병원측의 의료과실로 신 씨가 숨졌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경찰은 병원측이 불필요한 수술을 집도한 것으로 보이나 수술 자체는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신 씨는 수술후 합병증을 일으켰고, 병원측은 고열과 백혈구 수치 증가 등을 회복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 증상으로 치부한 탓에 신씨를 살릴 기회를 두 차례나 놓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서울 송파구 S병원의 강 모(44) 원장은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4시 45분 병원 3층 수술실에서 신 씨의 장협착 수술을 집도했습니다.

장이 서로 유착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그러나 강 원장은 신 씨의 동의 없이 위축소술을 병행 시술했고 유족들은 이 과정에서 신 씨의 직접적 사망 원인이 된 심낭 천공이 발생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강 원장은 이에 대해 "위와 장도 서로 유착돼 있었기 때문에 이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약해진 위벽을 보강하기 위해 위소매술을 한 것이지, 애초 위축소를 목적으로 시술한 것이 아니다"라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부검결과를 보면 이러한 설명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위벽강화술이라는 강 원장의 주장과 달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신 씨의 시신에서 애초 위와 소장이 유착됐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면서 "결국 할 필요가 없었던 위 수술을 하다가 심낭에 손상을 입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강 원장 본인은 필요하다고 판단해 시술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해당 수술 자체는 사망과 직접적 인과관계는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수술후 복막염 등 합병증이 발생하긴 했지만 초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사망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란 의미입니다.

경찰은 신 씨의 소장과 심낭에서 발견된 천공에 대해 "지연성 천공이 의심된다"고 밝혔습니다.

수술 과정에서 생긴 손상에 염증이 생기면서 장과 심낭에 서서히 구멍이 뚫렸을 공산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이로 인해 신 씨는 고열과 백혈구 수치의 이상 증가, 마약성 진통제가 듣지 않는 심한 통증, 심막기종과 종격동기종 등 복막염 증세를 보였지만 강 원장은 "통상적인 회복과정"이라면서 적절한 진단 및 치료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강 원장에게 신 씨를 살릴 기회가 최소 두 차례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수술을 받은 신 씨가 지난해 10월 19일 퇴원을 앞두고 촬영한 흉부 엑스레이에서 심낭과 복부에 공기가 들어있는 것이 발견된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당시 함께 시행된 혈액검사에서는 신 씨의 백혈구 수치가 무려 1만4천900으로 복막염을 지나 패혈증 단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강 원장은 "통상적인 회복과정"이라며 신 씨를 퇴원시켰습니다.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이미 복막염 증세가 진행되고 있었는데도 위급상황임을 판단 못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경찰 의뢰로 당시 자료를 검토한 서울지역 모 대학병원 외과의들도 "어떤 이유에서든 퇴원을 시키면 안 되는 상태였다"고 진단했습니다.

강 원장은 이튿날 새벽 고열과 통증을 호소하며 찾아온 신 씨를 검진하면서도 두 번째 기회를 맞았지만 역시 살리지 못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강 원장은 신 씨에게 '수술 이후 일반적인 증상이니 참아야 한다. 복막염은 아니니 안심하라'고 이야기한 뒤 마약성 진통제와 산소만 투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강 원장은 흉부에서 발견된 기종도 단순히 수술중 복부를 부풀리기 위해 사용된 이산화탄소(CO2)가 올라간 것으로 잘못 판단해 원인 규명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서 "19일과 20일 두 차례 기회를 모두 놓치고 신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명백한 과실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신 씨는 두 번째 퇴원한지 이틀만인 지난해 10월 22일 심정지를 일으켰고, 아산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27일 숨졌습니다.

경찰은 "수술후 부작용에 따른 주의관찰 및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로 인해 신 씨는 2014년 10월 27일 오후 8시 19분 서울아산병원에서 범발성 복막염, 심낭염, 저산소허혈성 뇌손상의 순차적 경과에의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S병원측은 신 씨에게도 일부 과실이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첫 번째는 의사의 금식 지시를 어겨 장천공이 발생했다는 의혹입니다.

앞서 강 원장은 경찰에서 "신 씨가 20일 정식으로 퇴원하기 전에도 몇 차례 집에 다녀오면서 뭔가를 먹었을 수 있고, 이 경우 수술 부위가 약해질 수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해 경찰은 "강 씨의 주장일 뿐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강 원장은 신 씨가 지난해 10월 20일 새벽 진료후 "연예활동 때문에 퇴원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막을 수 없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설사 신 씨가 퇴원을 요구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의료과실 여부에 대한 판단에는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는 의사가 모든 활동을 중단시킨 뒤 추가검사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럼에도 강 원장은 통상적 회복과정이라면서 환자를 오히려 안심시키는 잘못을 저질렀다"면서 "강 원장은 복막염을 지나 이미 패혈증 단계에 이른 상황을 진단 못 한 채 적극적 원인규명과 치료를 게을리 한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이번 주중 서울동부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할 방침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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