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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의 논픽션] 신연식 감독의 이유있는 '개훔방' 저격…그는 왜 총대를 맸나

김지혜 기자

입력 : 2015.03.02 13:33|수정 : 2015.03.02 13:33


자칫 잘나가는 영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더불어 이제 막 개봉한 자신의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처럼 여겨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신연식 감독은 오랫동안 참아온 이야기를 떠트리고야 말았다. 곪아터진 상처를 꺼내는 것이 자신뿐만 아니라 뒤이은 독립영화인들의 행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영화 '조류인간'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이 2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저격했다. 그 이유는 최근 재개봉한 이 영화가 독립영화들의 설자리를 막고 있다는 것. 

신연식 감독은 "독립영화전용관은 영화의 다양성에 가치에 두고 만든 극장"이라며 "상업영화인 ‘개훔방’이 15개 이상의 극장을 배정받는 것은 독립영화계에는 엄청난 폭력이다. 이는 고등학생이 대학생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억울해 하면서, 유치원 놀이터에 와서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다"며 즉각 중단하기를 요청했다.

이는 상업영화가 독립영화 전용관을 자치하고 있는 것은 불균형한 충무로 환경 아래에서도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훔방'이 개봉 초부터 대기업이 주도하는 스크린 독과점에 대항해 싸워온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개봉 석달이 지난 시점에 재개봉을 추진하고, 그것도 독립영화 전용관을 15개 관이나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말이 되는가. 제 영화를 살리자고 다른 독립영화를 죽이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순 제작비 25억원이 투입된 상업영화 범주에 드는 작품이다. 개봉일에도 전국 200여개의 극장에서 상영을 시작했다. 영화를 제작한 삼거리 픽처스의 엄용훈 대표와 영화를 연출한 김성호 감독은 개봉 초부터 대기업 멀티플렉스가 주도하는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 가열찬 비판을 해왔다.
이미지영화를 본 관객들 역시 좋은 영화가 극장에서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개훔방'은 개봉 한달께인 1월 29일 IPTV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엄용훈 대표는 영화가 쓸쓸히 퇴장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지난 2월 12일께 재개봉을 했다. 전국 40여개 극장에서 재상영을 시작했으며 3월 1일 현재까지 전국 5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다. 그러나 그 극장이 필름 포럼, 아트나인, 아트하우스 모모 등 대부분 독립영화 전용관이라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좋은 영화가 뒤늦게 나마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재개봉 방식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들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또 다른 독립 영화가 설자리를 잃게 된다면 그것 제3의 피해자를 내는 꼴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신연식 감독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각본을 썼다. 자신이 각본에 참여한 영화를 극장에서 내리라니, 자칫 이것은 집안 싸움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실제로 신연식 감독이 이 작품에 가진 애정을 남다르다. 바바라 오코너의 소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원작으로 쓴 각본에서 감독은 주인공 어린이에게 자신의 딸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비록 투자가 원활치 않아 직접 연출을 맡지는 못했지만, 평소 친분을 유지해온 김성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에 진심어린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영화 개봉 후 엔딩 크레딧에서 감독과 공동 각본가로 명시된 것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연식 감독은 "시나리오는 내가 쓴 것에서 바뀐 것이 거의 없는데도 공동 각본가로 이름이 올라가고, 또 김성호 감독은 여러 인터뷰에서 원작에 없던 여러 설정이 자신의 아이디어인 것처럼 이야기 해왔다"고 섭섭함 마음을 드러냈다.

신연식 감독이 크레딧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암묵적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무시해온 충무로 관행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그는 "작가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중 하나가 크레딧권이다. 부끄럽게도 관행적으로 많은 감독들이 작가의 크레딧권을 뺏어왔고, 심지어 자기가 쓰지도 않은 각본으로 각본상을 받은 경우들도 있다"고 전했다.

감독조합에 소속된 신연식 감독은 몇해전부터 꾸준히 감독 표준계약서와 시나리오 작가들의 표준계약서 작성에 참여해왔다. 충무로의 나쁜 관행을 개선하는데 힘써 온 만큼 이번 일을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연식 감독의 '개훔방' 저격이 괜한 꼬투리 일까. 이 논란을 둘러싼 본질을 조금만 더 꼼꼼히 따져본다면 이번 문제제기가 시사한 충무로의 또 다른 문제점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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