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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플러스] 장관 후보자들의 단골 문제 '위장 전입'

안현모

입력 : 2015.03.02 09:12|수정 : 2015.03.1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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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음 주면 새로 임명된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열립니다.

이럴 때마다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위장전입 문제, 이번에도 역시 쟁점으로 떠올랐는데요.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최고운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먼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1985년에 당시 살고 있던 서울 봉천동에서 딱 한 달 남짓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으로 주소지를 옮겼는데요.

이유인즉 다름 아닌 운전면허를 쉽게 따기 위해서였다고 후보자 측은 해명했습니다.

80년대 초중반 서울에서는 운전면허를 따려면 1년 정도를 기다려야 했는데 가까운 경기도는 한두 달이면 시험을 볼 수 있어서 운전면허 시험장을 다니던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이 위장전입을 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때는 호계동 일대 자연녹지가 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부동산값이 폭등했던 시기입니다.

따라서 투기를 위한 목적이 아니었는지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지난 2001년에도 딸의 중학교 배정 편의를 위해 석 달간 배우자와 딸이 주소를 바꾼 점도 드러났습니다.

다음으로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도 위장전입을 인정했습니다.

실제 거주지는 서울 양재동이었지만, 장남이 초등학교 6학년이던 해와 중학교 3학년이던 해에 두 번에 걸쳐 배우자와 장남만 지인이 살던 도곡동과 대치동으로 서류상 이전한 겁니다.

이에 대해 그는 어차피 다 똑같은 강남 8학군이라며 단지 아들이 더 가까운 학교로 편하게 통학하길 바라는 의도였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배경을 죽 들어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위장전입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서 이런저런 불편은 그냥 감수하며 사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세상입니다.

무엇보다 위장전입은 사익을 위해 도덕을 버리는 엄연한 불법행위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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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몇몇 매체에서는 남한과 북한의 군사력을 비교하며 우리가 북한에 형편없이 지고 있다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미국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한 한 엉터리 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이 보고서가 왜 틀렸는지 어떤 속내가 숨어 있었는지 김태훈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설명했습니다.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 재단은 남과 북의 군사력이 2대 11로 한국이 절대 열세, 북한이 절대 우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양측이 가진 무기를 성능은 완전히 무시한 채 단순히 보유 대수로만 비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컨대 내일모레 퇴역할 전투기 F-4 한 대와 현존하는 최고의 전투기 F-22 한 대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제대로 굴러가는지 의문인 고물 전차와 엊그제 생산된 K2 전차를 다 같은 한 대로 평가한 겁니다.

한마디로 노약자 1명과 아이언맨 1명을 전투력에 대한 고려 없이 그저 사람 한 명으로 본 셈입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석학들이 바보도 아니고 몰랐던 건 아닙니다.

다만 연구비 값을 했을 뿐입니다.

자신들을 지원하는 록히드마틴 같은 대형 방산업체의 입맛에 맞는 리포트를 내놓은 겁니다.

미제 무기가 더 팔리도록 북한의 군사력을 최대한 강조하고 전쟁의 공포를 조장하는 그들의 역할에 충실했던 건데요.

안타깝게도 일부 언론이 여기에 놀아나긴 했지만, 우리 군 당국은 가스레인지와 전자레인지로 요리하는 요즘 시대에 옛날에 쓰던 석유곤로가 창고에 있다고 해서 음식을 하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말로 헤리티지의 헛수고를 일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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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시 뉴스에서는 아들이 반대하는 결혼을 했다며 끈질기게 괴롭혀온 한 어머니에게 법원이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단 소식 전해 드린 적 있는데요.

최근 중국에서는 이보다 더 심각한 일이 일어나 화제가 됐습니다.

임상범 특파원이 취재파일에 소개했습니다.

어두침침한 공간 지푸라기와 쓰레기 사이에 한 젊은 여성의 모습이 보입니다.

중국 후베이성에 사는 24살 여성인데요.

무려 6년간 이렇게 자기 집 지하실에 갇혀 생활했습니다.

18살이던 지난 2009년 남자친구가 생기자 그녀의 친부모가 그녀를 남자친구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해 지하에 가둔 겁니다.

최소한의 끼니와 물만 제공하며 남자친구와 헤어지겠다는 약속을 받을 때까지 한 달 두 달 벌을 주다 보니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녀의 부모는 딸이 정신병을 앓아 요양 중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다녔고 주변에서 상황을 눈치채고 아무리 신고를 해도 부모가 지방 유지였기 때문에 공안 당국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동네 주민 하나가 이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자 드디어 이 같은 충격적인 실태가 공론화됐는데요.

늦어도 너무 늦었습니다.

돼지우리 같은 곳에서 동물만도 못한 취급을 받아온 딸은 이미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훈육이 도가 지나쳐 학대로 변질된 건데요.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은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는 비뚤어진 자녀관에서 비롯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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