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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나 걱정돼서"…상습 자살기도자 구한 경찰

입력 : 2015.03.01 07:12|수정 : 2015.03.01 11:20


경찰관이 자살을 시도한 전력이 있는 남성을 걱정해 그의 집을 찾아갔다가 그가 수면제를 먹고 사경을 헤매는 장면을 목격하고 구조해 냈습니다.

서울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안암지구대 소속 우종민 경사(31)는 지난달 24일 성북구 보문동 염 모(38)씨의 집에 찾아갔다가 수면제를 복용하고 혼수상태에 빠진 그를 발견했습니다.

우 경사가 염 씨의 집을 방문한 것은 그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아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염 씨는 앞서 지난 19일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 경사는 이틀 뒤인 21일 염 씨가 재차 자살을 기도할 것을 우려한 여자친구의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하면서 그를 알게 됐습니다.

당시 그는 자살을 기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실의에 빠져 술에 취해 반지하방에 홀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염 씨 주변엔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 어머니 수발에 필요한 돈을 동사무소에 맡긴다"는 내용의 유서와 함께 300만 원이 든 돈 봉투가 발견됐습니다.

봉투 겉봉에는 담당 사회복지사 연락처가 적혀 있었습니다.

다음날인 22일 우 경사는 딱한 처지의 염 씨가 걱정돼 음료수 한 상자를 사 들고 그의 집을 다시 찾아가 말동무가 됐습니다.

염 씨는 바리스타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지만 15년간 병환 중인 어머니 병세가 악화해 6개월 전 간호 때문에 일을 그만뒀습니다.

현재 그는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그는 설에 여자친구 집을 찾았다가 헤어지라는 말을 듣고 신병을 비관한 나머지 자살을 계속 시도했습니다.

우 경사는 "삶을 포기하면 안 된다", "아프신 어머니를 생각하라"며 염씨를 설득했고, 자살예방센터 직원들과 함께 "자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그의 집을 나섰지만 계속 걱정돼 수시로 전화하던 차에 염 씨와 연락이 끊기자 집을 다시 찾아간 것입니다.

그는 기어이 다시 수면제를 먹고 사경을 헤매는 염 씨의 모습을 창문을 통해 보고 119구급대와 방범창을 뜯고 집에 들어가 그를 병원에 옮겼습니다.

당시 의식이 희미했던 염 씨는 목숨을 건졌고 현재 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입니다.

대학 2학년 때 순경 공채에 합격해 올해로 벌써 8년 차인 우 경사는 작년에도 목욕탕 욕조에 빠진 노인을 구조해 경찰서장 표창을 받은 모범 경찰입니다.

우 경사는 "요즘 세상에 흔치 않은 효자인 염 씨가 삶을 포기하려는 모습이 더 안쓰러웠다"며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가 필요해 보여 챙기다 보니 또다시 자살하려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따뜻한 관심으로 사회 구석구석을 돌보겠다"며 "우리 사회에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을 돕는 장치가 더 촘촘히 작동되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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