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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비뇨기과·산부인과에서도 금연치료?

심영구 기자

입력 : 2015.02.26 10:03|수정 : 2015.02.27 15:06


금연치료에 대한 비용 지원이 시작됐다. 금연치료를 받겠다고 등록하면 상담료와 금연치료제, 보조제 비용 중 일부를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방식이다. 절반에서 많게는 70%까지 지원되기 때문에 본인 부담은 그만큼 줄어든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설명자료를 보면, 최근까지 금연치료 의료기관으로 등록 신청한 병원과 의원은 14,237곳이다. 전체 병의원의 22.3%다. 이중에 의원이 7,342곳으로 절반에 이른다. 아무래도 동네 의원들이 접근성이 높으니 금연치료 희망자들이 방문하기도 좋다. 2월 25일부터 비용 지원이 시작됐으나 앞으로도 의료기관 등록 신청을 계속 받는다고 하니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여기까진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진료과목별로 보면 좀 의아한 구석이 있다.

금연치료에 참여한 의원 7,342곳 중에 내과와 가정의학과는 각각 2,482곳, 1,132곳으로 합치면 전체의 49%, 절반이다. 내과와 가정의학과에서 금연치료를 받는다는 건 일반인의 상식으로도 그럴 법하다. 현재의 금연클리닉은 주로 종합병원에 개설돼 있는데 담당은 대개 이쪽 과목 전문의들이다.
심영구 취재파일용
그런데 나머지 절반을 보면 가장 많은 건 일반의(715), 그 다음은 외과(629), 소아청소년과(458), 이비인후과(381), 정형외과(295), 산부인과(221), 비뇨기과(196) 순이다. 이들보다 수는 적으나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도 금연치료를 하겠노라고 신청했고 등록됐다.

정형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에서 금연치료를 받는다? 어째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다.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가면 금연치료 의료기관을 지역별, 진료과목별로 검색해 찾아볼 수 있다. 금연치료에 대한 비용 지원이 시작된 2월 25일, 금연치료 기관으로 등록된 한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금연 치료 여기서 받을 수 있나요?"
"네? 금연 치료요?"
"네, 검색해보니까 여기도 등록돼 있던데요."
"저희 병원에서는 안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안 한다고요?"
"네."


이어 역시 금연치료 기관으로 등록된 비뇨기과 의원을 방문했다. 마침 의사가 진료실 밖에 나와 있었다.

"금연치료도 하시나요?"
"예, 합니다. 오늘부터인데 제가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다음에 오세요."
"아, 아직 준비가 안 되셨다고요?"
"네, 제가 교육을 받긴 했는데 교육받은지 좀 지나서.."
"교육을 받으셔야 금연치료를 하실 수 있는 건가요?"
"네, 치료제 처방하고 하는 거니까 간단하긴 한데 그래도 교육받아야 하죠."


산부인과 의원도 마찬가지, 당연히 받을 수 있겠지 하고 찾아갔던 내과에서는 3월부터인줄 알았다며 3월에 오라고 했다. 금연치료 기관으로 등록된 14,237곳 중 의원을 제외한 절반 중에는 치과의원과 한의원도 있다. 각각 3,825곳, 2,373곳. 합치면 43%에 이른다. 치과병원을 제외하면 병원급은 462곳, 3.2%에 불과하다. 

기존에 운영되던 금연클리닉은 보건소를 제외하면 대개 병원급 기관에 설치돼 있다. 금연치료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춘 곳은 3%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나머지 97%는 이번에 금연치료에 대한 건보 지원이 이뤄지면서 금연치료를 새로 시작하는 곳들인 셈이다.

심영구 취재파일용
첫날 만났던 한 금연치료 참가자의 총 치료비용은 66,476원이었다. 최초 상담료 15,000원, 금연치료제인 챔픽스 2주치(하루 2정x 14일x1,767원) 49,476원, 약국관리료 2,000원이다. 상담료의 70%인 10,500원, 약값은 1정에 1000원씩 28,000원, 약국관리료 1,400원, 합쳐서 39,900원을 건강보험에서 지원받아 이 참가자는 26,576원만 지불했다.

병원의 수입은 참가자로부터 26,576원, 건강보험공단에서 39,900원을 받아 66,476원이 된다. 금연치료 참가자가 늘어나면 의료기관 수입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금연치료제와 보조제를 생산 공급하는 제약사도 그만큼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다. 현재 국내 출시된 금연치료제는 화이자제약의 챔픽스, 한미약품의 니코피온 정도다.(한미약품은 3년 전 중단했던 니코피온 생산을 최근 다시 재개했다. 건보 지원 때문이다.)    

복지부는 금연치료 지원에 1년에 약 2천억 원 정도의 건보 재정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금연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금연치료를 처음 하게 되는 비뇨기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치과 의사들도 건강보험공단에서 배포한 금연진료상담 안내서를 참고하고 간단하게라도 교육받으면 별 문제 없이 금연치료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흡연율도 감소하고 병의원 수입은 늘고 제약사 수입도 늘고 모두가 WIN-WIN인 듯한데 건강보험 재정은 그만큼 축난다. 딱 그만큼 개운하지 않다. 

▶ 준비 아직 안 됐는데…금연치료도 건보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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