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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묵은 성폭력키트 6천건 분석…용의자 DNA '수두룩'

입력 : 2015.02.25 04:05|수정 : 2015.02.25 04:05

텍사스 최장 30년 지난 응급키트 재고 분석 끝내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의 보건당국이 최장 30년 해묵은 '성폭력 증거채취 응급키트'(rape kit) 재고 6천여 건의 분석을 끝냈더니 수사 당국이 보유한 용의자 DNA와 일치하는 게 850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강간 용의자 29명이 우선 기소됐다. 이런 결과는 수천 건의 응급키트를 쌓아둔 다른 지역 보건당국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휴스턴 시 보건당국은 이전에 검사하지 않고 재고로 쌓아뒀던 6천663건의 성폭력 응급키트 분석을 모두 끝내고 이를 용의자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연방수사국(FBI)에 전달했다.

심지어 1980년대에 채취한 것도 있었다.

성폭력 응급 키트란 성폭력 증거 채취 등을 위한 의료용품으로, 성폭력 피해자 진료 과정에서 의료진이 피해자에게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증거물을 원활하게 수집할 수 있게 개발된 것이다.

애니스 파커 휴스턴 시장은 23일 그 결과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연방 및 시 예산 590만 달러(65억6천만 원)를 투입해 해묵은 6천663건의 응급키트를 분석하는 프로젝트였다고 설명했다.

파커 시장은 "올해 연말에 임기가 끝나는 마당에 오랜 숙제였던 이 문제를 해결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로 수사당국이 관리하는 용의자 DNA 850건이 응급키트에서 추출한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강간 용의자 29명이 우선 기소돼 일부는 재판이 진행되거나 유죄 확정을 받기도 했다고 파커 시장은 강조했다.

한 용의자는 4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다른 용의자에게는 45년 징역형이 구형되기도 했다.

이런 성과가 나타나면서 보건당국이 좀 더 일찍 응급키트 분석을 진행했더라면 더 많은 강간 사건이나 연쇄 강간범의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데번 앤더슨 해리스 카운티 검사는 "그럴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분석 기법이 과거보다 훨씬 발달했고 비용도 저렴해졌다"고 해명했다.

수십 년간 성폭력 응급키트의 재고가 쌓이기 시작한 것은 비단 휴스턴뿐만이 아니다.

미국 전역의 도시가 비슷한 상황에 부닥쳐 있으나 예산 등의 문제로 전면적인 분석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테네시 주 멤피스에는 1만2천 개 이상의 응급키트 재고가 있고 디트로이트에서는 검사들이 2009년 경찰 폐창고에 방치된 1만1천 개의 키트를 회수했으며 클리블랜드는 4천700개의 키트를 분석 중이다.

우리나라도 단계별 증거 수집에 필요한 도구와 수사 절차 간소화를 위한 체크리스트 서식으로 구성된 성폭력 응급키트를 개발해 2002년부터 전담 의료기관과 보건소 등에 보급하고 있다.

키트에는 피해자 속옷이나 이물질을 보관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종이봉투와 멸균 면봉, 슬라이드, 혈액 채취용 튜브, 손톱깎이 등이 포함돼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0월 응급키트 구성 물품을 47개에서 88개로 늘리고 진료 기록 양식도 변경하는 한편,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사건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 피해자 혈액이나 소변에서 약물·알코올 검사가 가능하도록 단계를 추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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