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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만 피하면 될 줄 알았는데…2차 감염위험 주의해야

입력 : 2015.02.25 08:00|수정 : 2015.02.25 08:00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진드기와 같은 매개체를 통해 감염되는 특성을 가진 질환입니다. 호흡기로 전파가 일어나는 질환들과는 달리, 매개체가 존재해야만 SFTS 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할 수 있어, 일상적 생활환경에서는 사람간 전파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야생진드기가 매개하는 바이러스 질환인 SFTS의 공포가 한반도를 뒤덮었던 지난 2013년 5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배포한 관련 문답 자료입니다.

보건당국은 "일상적 생활환경에서는"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으나 사람 간 전파 가능성에 무게를 싣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SFTS 환자를 돌보던 대학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 바이러스에 2차 감염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SFTS의 2차 감염 위험에 대한 보건당국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던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SFTS로 사망한 환자와 접촉했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일부가 발열과 근육통 등의 증상을 보여 혈청검사를 한 결과, 4명이 SFTS 바이러스에 2차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13년 국내에서 SFTS 발병이 처음 확인되기 전인 2012~2013년 이미 중국에서 사람간 감염 사례가 확인된 적 있으나 국내에서 2차 감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성한 울산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가족 등도 중증감염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된 사례가 이미 중국에서 보고됐다"며 "국내외에 사례가 충분히 확인된 만큼 SFTS는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과장을 보태자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SFTS도 에볼라와 감염 메커니즘이 같다"며 "사람 간 감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보건당국도 사람간 감염 가능성을 인지해 2013년과 지난해 의료기관에 배포한 SFTS 참고자료에서 "환자 혈액 및 체액의 직접적 접촉에 따른 전파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의료진은 병원감염관리지침상의 접촉성 감염 예방 원칙을 준수할 것"을 당부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주의사항에서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며 진드기 피해를 피하는 법만 강조할 뿐 2차 감염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해당 의료진의 감염사례는 인지하고 있었으나 PCR(중합효소 연쇄 반응) 검사에서는 음성으로 나와 SFTS 확진사례로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학문적으로 SFTS로 볼 가능성은 있어 논란이 있는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국내에서 2차 감염이 확인된 사례는 없다"며 "출혈성 감염병은 이미 혈액 등을 통해 2차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이고 사람 간 전파 가능성에 대해서 부인한 적은 없다"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해명과 달리 질병관리본부와 해당 병원 의료진은 공동으로 국내에서 4명의 2차 감염사례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미국감염학회지 최신호에 공식 보고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인은 "SFTS가 국내에 처음 확인될 무렵 '살인진드기 바이러스'로까지 불리며 과도한 공포감이 팽배한 상황이었다"며 "정부가 이를 해소하려다보니 오히려 실존하는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SFTS는 2013년 국내에서 환자가 처음 확인된 이후 그 해에 36명이 확진받았고 이 가운데 17명이 사망했습니다.

2014년은 아직 통계작업이 끝나지 않았으나 2013년보다 확진 환자가 10명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건당국은 밝혔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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