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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영화는 많은데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관이 없어요"

김정기 기자

입력 : 2015.02.25 10:37|수정 : 2015.02.25 14:32


지난 2011년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세 얼간이' 기억하시나요? 인도 영화요. 인도 개봉 첫 주 190억 원이라는 기록과 총 흥행 수익 811억 원으로 인도 역대 흥행 순위 1위에 올랐습니다. 인도 출신의 주인공 아미르 칸은 훌륭한 연기력과 매력으로 한동안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상영되기 전까지만 해도 인도 영화는 국내 관람객들에게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달랐습니다. 탄탄한 역사와 다양한 스토리 그리고 경험이 많은 배우들로 구성된 인도 영화는 오래 전부터 세계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배우와 스토리 그리고 배우들을 사랑하는 팬들이 있지만 인도 영화 산업은 큰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특히 대규모 도시에만 극장이 몰려 있을 뿐 도시만 벗어나면 극장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상영할 극장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국내의 경우 동네에 2~3개의 극장이 있지만 인도는 상황이 다릅니다.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인도 전국에 백만 명당 8개의 극장이 고작이라고 합니다 (CNN). 극장이 부족한 만큼 영화 한편 보기도 어려운 실정인데요. 이런 환경 속에서 요즘 건물 하나에 많은 영화관이 있는 멀티플렉스 즉 복합 상영관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도에서 가장 크게 복합 상영관 사업을 하는 PVR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보통 영화 한 편에 4천 원하는데, 이곳에서는 2, 3만원 한다고 하니, 일반인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입니다. 그러나 중산층이 빠른 속도로 늘면서 관람객들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1년에 5백여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데 인도에서는 1년에 1천여 편이 만들어진다고 하니, 인도의 영화 산업은 정말 대단합니다.
취파
그러나 인도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모두 히트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영화 한편이 1~2주간 영화관에서 상영되는데. 그것도 작품성과 재미가 있어야 2주간 상영됩니다. 재미가 떨어지면 영화관에서 상영되지도 못하고 바로 쓰레기 통에 버려진다고 합니다.

인도의 영화 산업 분석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있는 싱글플랙스 극장(영화 한 편만 상영하는 경우)과 멀티플렉스 극장은 1만 개 정도가 됩니다. 하지만 최소한 5만 개의 극장이 있어야 시민들이 큰 불편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요? 비싼 땅 값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멀티플렉스를 만드는데 큰 부담이 따르고 누구도 감히 극장을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매우 매력적인 영화 산업 시장입니다. 이에 따른 극장 산업도 무시할 수 없는 큰 시장입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해외 기업의 진출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인도의 영화 산업이 부동산이란 커다란 암초을 만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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