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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태극기 달기 운동, 정부의 역할" vs "애국심으로 포장"

입력 : 2015.02.24 10:43|수정 : 2015.02.24 11:40

* 대담 : 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 이홍석 사무관·경희대 이택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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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태극기 달기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관련 법 개정에 나선다는 보도가 나와서 어제 종일 시끄러웠는데요. 정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과연 관 주도의 태극기 달기 운동이 온당한지 찬반 논란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나라사랑하자는 뜻, 나쁘지는 않지만 정부 주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이 시간 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 이홍석 사무관 연결해서 태극기 달기 운동에 대해서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이홍석 사무관님, 나와 계십니까?
 
▶ 이홍석 사무관/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
예.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법 개정을 하는거냐, 마는거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요. 어떻게 된 건가요?
 
▶ 이홍석 사무관/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도 국경일에 태극기 달기 운동을 계속 전개해 왔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이번에 법 개정까지 그렇게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보도된 자료는 ‘민간 건물이나 아파트 단지에 태극기 게양대 설치 관련해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게 돼 있었는데 그건 사실과 거리가 좀 멀고요. 다만 이제 요즘 주상복합 아파트가 도심에 많이 신설되고 있는데, 아파트 구조상 난간이 없고, 당연히 국기꽂이 자체가 없어요. 그래서 가끔 민원도 제기되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동별 출입구에 국기꽂이를 좀 설치했으면 그런 시책을 논의를 좀 했었는데 현재 입장에서는 주민들한테 자율 권장하는 것으로 저희들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강제는 아니다’ 하는 말씀이세요?
 
▶ 이홍석 사무관/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
아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최근 흥행한 영화죠, ‘국제시장’ 보면 부부싸움하다가도 애국가 울리니까 국기에 대한 경례 하는 모습 나오잖아요. 이런 국기 게양식, 하강식도 다시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건 어떻게 된 건가요?
 
▶ 이홍석 사무관/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
저도 그 영화 봤어요. 근데 현재에도 대한민국 국기법 상에 군부대 등은 국기 게양식과 하강식을 하고 있고, 하게 되어 있고, 또 하고도 있습니다. 단지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새롭게 부활한다는 그런 보도도 있었는데 그런 계획은 전혀 갖고 있지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관련 보도가 과장된 건가요, 아니면 실제로 이런 걸 추진을 했는데 여론을 의식해서 법 개정을 철회한 건 아닌가요?
 
▶ 이홍석 사무관/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
그렇지는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전혀 그런 사항은 아니고요?
 
▶ 이홍석 사무관/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
예.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쨌든 지금 정부가 태극기 달기 운동을 벌이는 건 맞죠?
 
▶ 이홍석 사무관/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
예. 맞습니다. 저희도 관련 중앙 행정기관, 또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게양율 통계는 없지만 국경일에 게양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거든요. 국민들의 관심도 굉장히 떨어진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니까 국경일이 언제인지 그 자체도 모르는 분도 꽤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이런 캠페인을 전개한 배경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태극기 달기, 뭐 국민 자율에 맡기면 되지 꼭 정부가 주도할 필요가 있느냐’ 예산도 많이 들어갈 거 아니에요. 당연히.
 
▶ 이홍석 사무관/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
얘.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고요. 왜냐하면 시민단체라든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운동을 벌이고 애국심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바람직하다 생각을 하지만 정부의 역할은 예컨대 이런 운동을 촉진하는 역할, 또는 모멘텀을 제기해 주는 역할, 그런 건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태극기 게양율이 애국심을 가늠할 척도는 아닌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홍석 사무관/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
사실 국경일에 태극기를 다는 것인데, 사실은 국기법에서 어떤 국가적으로 경축을 하거나 아니면 기념을 할 만한, 그런 날들을 태극기 다는 날로 정하고 있거든요. 3.1절처럼 국경일에 가족과 함께 태극기를 달면서 선열들, 조국 광복을 위해서 노력하신 분들의 독립정신이라든지 업적을 기리는 것, 그것은 국민들의 입장에서 당연하지 않느냐,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전에도 이런 캠페인을 정부가 계속 벌여왔죠?
 
▶ 이홍석 사무관/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
예. 계속 매년 국경일마다 해 온 캠페인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근데 올해 유독 이런 보도가 나오고 또 이렇게 논란이 되는 이유는 뭘까요?
 
▶ 이홍석 사무관/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
금년도에 저희들이 지난해 말부터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국민들의 나라 사랑 마음을 새롭게 좀 북돋워보자’ 그런 차원에서 캠페인을 전개를 시작을 했고, 또 유독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새롭게 관 주도로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의혹 아.. 염려, 애정 어린 비판, 뭐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다만 시대 상황이 관 주도로 된다고 보기는, 될 수는 없고 시민단체라든지 국민 여러분들과 같이 이러한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고, 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홍석 사무관/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
예.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행정자치부 이홍석 사무관의 말씀 들어봤고요. 이번에는 경희대 이택광 교수 연결해서 말씀 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택광 교수님, 나와 계십니까?
 
▶ 이택광 교수/경희대
네 안녕하십니까.
 태극기 캡쳐_500
▷ 한수진/사회자:
태극기 달기 운동과 관련해서 지금 논란이 일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계세요?
 
▶ 이택광 교수/경희대
네. 다행히 뭐 이렇게, 오해가 많았다라고 이렇게 말씀을 하시니까 처음에 우려했던 그런 획일적인 정부 주도의 행정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이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왜 그러면 지금 시점에서 태극기 달기 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지금까지 해 왔다면 지금까지 해 온 방식대로가 아니라 특별하게 또 행자부 자체가 나서가지고 이런 걸 권고 사항으로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인지, 그런 의문은 또 제기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왜 하필 이 시점이냐, 모멘텀을 준다고 그랬는데
 
▷ 한수진/사회자:
방식도 좀 다르다는 말씀이시고요?
 
▶ 이택광 교수/경희대
지금까지 운동을 해오셨다면 지금까지 해오신대로 하시면 되는 거지, 왜 그걸 특별하게 또 권고사항을 만들어서 이런 주목을 받게 만들었는지 그런 것들은
 
▷ 한수진/사회자:
지자체에 홍보 지침도 내리고 TF팀도 만들고
 
▶ 이택광 교수/경희대
그렇죠. 특별히 그렇게 할 이유는 전 없다고 보거든요. 지금까지 해 오셨던 그대로 하시면 된다는 생각이 들고, 특히 주상복합이나 이런 데 국기게양대를 설치한다는 것들도 결국 설치하는 비용이나 예산문제 같은 게 분명히 제기되게 돼 있어요. 그래서 아무리 자율적으로 한다고 할지라도 권고를 내렸을 경우에는 거기에 관련해서 주민들이 소집돼야 한다든가 거기에 대해서 논의를 해야 될 거 아니겠습니까. 그죠?

이런 문제들은 분명히 ‘아무 일도 아니다’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것은 또 특별한 일이 되는 것이죠. 이런 것이 바로 정부 주도의 행사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라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부가 이런 걸 할 수 있지 않냐 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사실 어제 인터넷에서 보면 네티즌이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잖아요. ‘이러다가 통금 부활하겠다’ 이런 얘기까지도 다 나오고요.
 
▶ 이택광 교수/경희대
그게 이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속담을 연상시키는데요. 가장 중요한 건 이겁니다. 지금 현재 가족 구조라는 것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죠. 1인 가구들이 많아졌고요. 또 그리고 과거처럼 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가지고 국경일에 국기를 다는 그런 풍경들은 정말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가족들을 가진 사람들에게나 국기 달기 행사가 의미를 가지는 것 아니겠어요, 그렇게 되면?

그럼 결국 1인 가구라든가 또 그런 가족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또 국기를 다는 행위 자체가 어떻게 보면 차별적인 그런 느낌도 줄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일률적으로 뭘 하기 때문에 문제다’라기 보다는 지금 현재 변화하는 사회상을 이런 국기 달기를 통해 애국심을 표현하는 것들이 그렇게 잘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애국심이라는 것 자체가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자연스러운 애국심, 다시 말하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국기를 다는 것이 중요하죠.

근데 그것이 정부 주도에 의해서, 정부의 권고사항이든 어떤 조치이든 간에 위에서부터 아래로 이렇게 애국심을 고취하는 행위, 지금까지 주로 독재국가의 그런 행위들이었어요. 다시 말하면, 그래서 이런 행위들은 자칫 잘못하면 정권의 어떤 구호를 애국심의 형태로 포장할 수가 있기 때문에, 그런 위험들은 항상 상존하는 것이죠. 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런 문제들이 야기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분들이, 애국심이 넘치는 분들이 본인들은 태극기를 달았는데 태극기를 달지 않은 가구에 가가지고 당신들은 ‘왜 당신들은 태극기를 달지 않느냐. 당신은 애국심이 없느냐’ 이렇게 말을 할 수도 있는 거예요.
이런 것들은 결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이라든가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상호작용들을 해칠 수가 있죠. 이런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태극기 달기 운동이 갖고 있는 어떤 부정적인 측면들을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또 한편에서는 미국 같은 예를 들면서 ‘미국 학교에서 국기 게양식, 하강식 하고 국경일에 상가에도 국기가 출렁인다’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부러워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 이택광 교수/경희대
사실 그게 9.11테러 이후에 미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그것도 말 그대로 정말 정부에서 시켰다기보다는 자발적으로 미국 시민들이 이렇게 했던 것들이다 보니까, 그것도 보면 정부가 뭔가 제공했다기보다는 그런 ‘9.11테러 사건’이라는 모멘텀이 국민들에게 그런 행동을 하도록 만들었죠.

그것은 바로 미국 시민들 자체가 미국의 어떤 가치들을 지켜야 된다는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지, 정부의 어떤 지침에서 움직인 것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학교 내에서 국기 게양식 하는 것이야 미국 학교 내에서의 규칙일 수는 있겠죠. 하지만 지금 현재 어떤 민간 영역에서의 어떤 성조기 달기 운동, 이런 것들은 사실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봐야 되겠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지금 어쨌든 지금 관련 법 개정은 없던 일이 된 것 같은데요. 일단 전 부처가 합심해서 정부는 이렇게 태극기 달기 운동을 펼치겠다 하는 건데, 어떻게 하는 게 정답일까요? 애국심 고취하고, 또 태극기 달기 운동을 제대로 한다면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걸까요?
 
▶ 이택광 교수/경희대
제가 생각할 때는요, 애국이라는 것은 다양한 형태로 할 수가 있습니다. 국기를 달 수도 있고요. 바빠서 국기를 달지 못하는 분들도 저는 있을 수 있다고 보거든요. 국경일에도 일을 하러 가셔야 되는 분들, 직장에 출근하셔야 되는 분들도 있고, 그런 분들이 꼭 국기를 안 달고 나간다고 해서 애국심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봐요.

본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애국만을 강조하는 것, 그것만이 애국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저는 비애국적이다. 국민들 자체가 사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저는 나라를 사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라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정부가 제시하는 것, 이 정도까지는 저는 동의할 수 있다고 봐요.

근데 ‘태극기를 다는 것만이 애국이다’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은, 상당히 지금 현재 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하지도 못하는 것이고요. 국민들을 어떻게 본다면 정부 주도의 행사로 몰아넣으려고 하는 그런 의도들을 본의 아니게 이렇게 보여주게 되는, 그런 문제점들도 있다고 봅니다.

결국 특정한 애국만을 애국이라고 주장하는 그런 것들을 좀 경계해야 되지 않을까. 다양한 애국의 형태가 있고, 다양한 방식의 나라 사랑의 길을 열어두는 것, 그것도 정부의 어떤 역할들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 이택광 교수/경희대
네.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문화평론가 경희대 이택광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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