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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다음날 이웃이 휘두른 흉기에 '날벼락'

입력 : 2015.02.23 17:05|수정 : 2015.02.23 17:14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새롭게 이사온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충남 천안서북경찰서에 따르면 어제(22일)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 한 아파트 8층으로 이사 온 박 모(57)씨 가족이 이웃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거나 중상을 입은 것은 오늘 오전.

박 씨는 오전 6시 10분 아내의 비명에 놀라 거실로 뛰쳐나갔다가 피묻은 흉기를 들고 있는 한 남성과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30대 남성이 박 씨의 집에 들어와 출근 준비를 하던 아내 정 모(51·여)씨를 흉기로 찔렀기 때문입니다.

이 남성은 박 씨 부부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박 씨의 딸(21·여)에게도 중상을 입혔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같은 아파트 6층에 살고 있는 고 모(31)씨였습니다.

고 씨는 아파트 벽면 가스 배관을 타고 8층으로 올라가 이런 짓을 벌인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6층으로 내려와 자신의 아내 윤 모(29·여)씨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파트 발코니에는 고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족적이 발견됐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박 씨는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고, 박 씨의 아내와 딸, 고 씨의 아내는 중태입니다.

경찰은 수년 전부터 의처증이 있던 고 씨가 최근 들어 '국가정보원에서 도청장치를 해 나를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가족 진술 등으로 미뤄 고 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특히 사건 발생 이틀 전인 지난 21일에는 '이상한 사람이 나를 죽이려고 한다'며 경찰에 6차례나 신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고 씨가)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말만 반복할 뿐 인상착의를 설명하지 못하고, 고 씨의 아내도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고 씨는 그러나 정신병으로 치료를 받은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고 씨와 숨진 박 씨는 일면식도 없는 상태라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고 씨는 현장에서 경찰에게 붙잡혔으나, 조사 과정에서 대통령과 서민생활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등 횡설수설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가족 진술과 112 신고 내용 등으로 볼 때 피해망상으로 인한 범행으로 추정된다"며 "고 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전날 이사 과정에서 다툼이 있었는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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