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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지망생에 '딱 걸린' 중고품 상습 사기범

입력 : 2015.02.23 08:11|수정 : 2015.02.23 08:11


중고품 온라인 장터인 '중고나라'를 주무대로 활동한 상습 사기꾼이 경찰 지망생의 끈질긴 '자체 수사'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경찰 공무원 지망생인 정준범(23)씨는 지난달 본격적으로 시험공부를 시작하면서 학원을 편하게 오갈 요량으로 중고 오토바이를 사기로 했습니다.

중고나라를 살펴보던 정 씨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온 오토바이 한 대를 낙점하고 판매자 설 모(30)씨에게 아르바이트로 모은 130만 원을 보냈습니다.

설 씨는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 "오토바이 배달 기사 전화번호"라며 연락처 하나를 알려줬습니다.

이윽고 기다리던 오토바이를 배달받기로 한 날.

정 씨가 해당 연락처로 전화하자 배달기사는 "차가 막힌다", "5분 정도 늦을 것 같다", "집 앞에 가서 연락하겠다"는 등의 말을 하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정 씨는 배달기사의 말을 믿고 계속 기다렸지만 결국 그는 약속한 시간이 지나자 연락을 끊어 버렸습니다.

정 씨가 설 씨에게 따지자 그는 "배달기사에게 넘겼으니 그 사람과 해결하라"는 식으로만 답하며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힘겹게 모은 돈을 날릴 처지가 된 정 씨는 설 씨의 사기 행각에 당한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들었습니다.

바로 비슷한 사기 사건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중고나라 댓글을 검색하고 설 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뒤진 결과 정 씨는 설 씨가 같은 수법으로 피해자들의 등을 치는 상습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정 씨는 설 씨의 지인 연락처를 찾아내 설 씨가 저지른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경찰에도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서 자신이 모아둔 자료를 모두 제출했습니다.

정 씨의 끈질긴 설득으로 설 씨의 지인이 설 씨와 만나는 약속을 잡았고, 정 씨는 그 내용을 경찰에 제보했습니다.

결국 설 씨는 지난달 25일 경찰에게 붙잡혔습니다.

정 씨의 끈질긴 추적으로 확인된 설 씨의 사기 범행은 총 20건에 달했고 피해 금액은 2천300만 원이 넘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설 씨는 주로 중고나라 사이트에서 오토바이, 헬멧, 휴대전화 등을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팔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피해자를 유인하는 수법으로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연락이 끊긴 의문의 배달기사도 사실은 설 씨였습니다.

설 씨는 다른 전화기를 들고 다니며 목소리를 바꾸면서 배달기사 행세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설 씨를 구속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씨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어렵게 번 돈을 사기당해 억울한 마음에 직접 추적해 경찰이 설 씨를 검거하는데 도움을 주게 됐다"며 "경찰이 돼 직접 설 씨 같은 사기꾼을 많이 잡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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