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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내 아내의 몸에 손대지 말라!’…바이든 너무 나갔나?

이성철 기자

입력 : 2015.02.20 16:16|수정 : 2015.02.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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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때문에 연방정부가 문을 닫은 지난 17일 화요일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국방장관 취임 선서식이 열렸다. 

척 헤이글에 이어 25대 국방장관에 취임하는 이는 애쉬턴 카터, 취임 선서식을 주재한 이는 조 바이든 부통령이었다.

"나 애쉬턴 카터는... 모든 적에 맞서 헌법을 수호하고..."

카터는 오른 손을 높이 들고 또 왼손을 성서에 얹고 취임 선서를 했다. 관례대로 부인 스테파니 카터가 가운데 서서 성서를 들고 남편의 선서를 도왔다.

그런데, 새 국방장관 카터가 선서를 마치고 연설을 시작하는 순간, 바이든이 이리 오라는 손짓으로 멀찌감치 서 있던 카터의 부인을 불러 세웠다. 

스테파니가 달려가자 두 손을 그녀의 어깨에 얹었다. 연설을 시작한 카터가 뒤를 돌아봤다. 두 남자의 눈빛이 충돌하는 것 같은, 아주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바이든은 잠시 뒤 얼굴을 낮춰 스테파니의 머리칼 가까이 다가갔다. 뭔가 귀엣말을 하는 모습이었다.

연설은 이어졌다.

"신은 가장 완벽한 부인을 저에게 주셨습니다..."

카터가 부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대목에서 한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짚었다. 손짓을 직감했는지, 바이든은 멋쩍게 두 손을 내려 뒷짐을 지었다. 카터가 손을 뻗어 부인을 가리키기만 해도 됐을 텐데, 일부러 그랬나? 

(기자는 이 자리에는 있지 않아 분위기는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다. 앞서 의회에서 열린 국방장관 인사청문회장에서 애쉬턴 카터와 부인 스테파니, 자녀들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다.)

국방장관 취임 선서 자리에서 30초 가까이 이어진 바이든 부통령의 행동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인터넷과 SNS가 뜨겁다. 대단히 공식적인 자리에서 벌어진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TV 토크쇼에서는 과연 귀엣말로 뭐라 했을지 10가지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새 국방장관이 이라크 시리아의 IS같은 폭력적 극단주의 세력과 싸우기도 전에 부통령과 다투게 됐다는 비아냥까지 트위터를 타고 퍼졌다.

미국 정치권의 악동 바이든의 '손짓'이 구설에 오른 게 처음은 아니다. 인터넷 매체들은 과거의 '악행'들을 모아 일대기를 만들었다. 바이든 같은 짓을 한다는 ‘바이드닝(bidening)’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미국바이든부통령 애
미국 사회에서 개인적 공간에 대한 사회적 규범은 엄격하다. 침해가 발생할 경우 곧바로 "익스큐즈 미!"라는 표현으로 다시 선을 긋는다. 침해를 한 사람이나 당한 사람이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카터의 부인 스테파니가 느꼈을 주관적 불쾌감과는 무관하게 미디어를 통해 이를 접한 많은 이들이 객관적 선을 넘었다고 보고 있다. 강대국 미국의 새 국방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무슨 말을 할지 전 세계 이해당사자들이 주시하던 자리, 공식 석상이 아니었던가?

이 일이 있고 몇 시간 뒤 바이든은 폭력적 극단주의 대처 회의(Summit on Countering Violent Extremism)를 위해 워싱턴에 모인 아프리카계, 이슬람계 지도자들과 만났다. 

"우리 동네 윌밍턴 역 앞에 가면 소말리아 출신 택시 기사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다 제 친구에요."

참석자들이 잠시 웅성거렸다. 극단주의 대처의 모범 사례인 미네아폴리스와 바이든 자신이 사는 곳이자 정치적 뿌리인 윌밍턴을 비교한다는 게 그만 엇나가고 말았다.

미네소타 주의 소말리아 공동체를 추켜세우자고 한 말인데, 정작 델라웨어 주 윌밍턴 역 앞 택시 기사들은 시에라리온이나 기니 출신으로 소말리아인은 없다는 인터뷰를 CNN이 내보냈다.

바이든은 지난 2013년 말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베팅'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It's never been a good bet to bet against America."라는 말이었다. 

'미국의 반대편' 즉 중국 쪽에 줄서지 말라는 뜻으로 읽혀 논란이 일었다. 윤병세 외교장관까지 나서서 통역이 잘못됐다고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바이든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스스럼없는 언행, 말과 행동이 바로 정치인 바이든의 매력이라고 옹호한다. 가장 솔직한 생각과 감정의 표현일 뿐이며 꾸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햄릿같이 진중한 젊은 대통령 오바마를 잘 보좌하라는 뜻으로 러닝메이트에 낙점된 정치 노장인데 잊을 만하면 사고를 치는 돈키호테 같다면...

바이든 부통령은 다음날 폭력적 극단주의 대처 회의를 공식 개막한 뒤 사우스 캐롤라이나 찰스턴으로 향했다.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앤서니 폭스 교통장관과 함께 산업 인프라의 문제를 살펴봤다.

차기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행보라는 해석도 빠지지 않는다. 진정 대권에 뜻이 있다면 그의 '진솔한 악행'은 득일까 실일까? 이젠 햄릿이 혀를 찰 지경이다. 

역시 바이든은 바이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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