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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 포토] 영국서 '고려사' 필사본 완질 발견

입력 : 2015.02.16 15:33|수정 : 2015.02.16 15:33




336만 9천623자에 달하는 고려사 전체를 한 글자 한 글자 곱게 베낀 필사본 완질이 영국에서 발견됐습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은 지난해 발주한 '구한말 해외반출 조선시대 전적 현황 조사 연구'(책임연구자 유춘동 선문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과정에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 웨이드 문고(Wade Collection)에 고려사 필사본 완질 139권 19책이 보관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사단의 허경진 연세대 국어국문과 교수가 찾아낸 이 고려사는 양장 제본에 'KAOLI SHIH'라고 표기됐습니다.

조사 결과 이 고려사는 괘선지에 해서체로 또박또박 고려사 전체를 필사한 것이며, 19세기 중국 학자들이 애장하며 돌려보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는 주청 영국공사를 역임하면서 중국 고서를 전문적으로 수집한 토마스 웨이드(Thomas Francis Wade.

1818~1895) 기증 도서입니다.

아울러 필사본에 대한 장서인(소장자가 찍은 도장)과 그에 적힌 문구 조사를 통해 이 필사본 고려사가 중국 청대 최고의 금석문 학자인 유희해(1793~1852)와 당시 중국 최고의 금석학자인 옹방강(1733~1818)의 아들 옹수곤(1786~1856), 그리고 장서가 고천리(1766~1835) 등이 활용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 고려사 필사본은 추사 김정희(1786~1856)와 관련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관심거리입니다.

옹수곤은 추사가 북경에 가서 만난 스승 옹방강의 아들로 추사와 동갑내기 친구입니다.

당시 옹수곤과 유희해는 고려시대 금석문 연구에 몰두해 있던 때라 조선 사신이 오갈 때마다 탑본(탁본)을 부탁하고 이렇게 구한 탑본의 글자를 판독하고 고증하기 위해 고려사를 구해 열심히 대조해가며 읽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려사 완질본을 구하기 힘들자 옹수곤은 김정희나 정조의 부마이자 당대의 문장가인 홍현주(1793~1865), 문인 이광문(1778~1838) 등에게 빠진 부분을 구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으며, 자기 소장본과 유희해 소장본을 대조하다가 빠진 부분을 찾아냈다고 허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허 교수는 "이 책은 청나라의 대표적인 금석문 학자 유희해가 소장하고 옹수곤이 교감했다는 점에서 귀중하다"면서 특히 "유희해가 해동금석원을 편집할 때 이 책을 한 글자씩 대조하면서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고려사는 김종서·정인지 등이 세종의 명을 받들어 1449년 편찬하기 시작해 1451년 139권으로 완성한 기전체 사서로 현재 대부분 목판본으로 전하고 금속활자본이나 목활자본이 그 다음으로 많습니다.

총 글자수 336만 9천623자에 달하는 고려사 중 필사본은 열전이나 지 부분만을 필사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고려사 전체를 필사한 것으로는 규장각 소장 61책과 콜레주 드 프랑스 소장 71책 등이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본처럼 전질을 정성스럽게 필사한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허 교수는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동방학연구소와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에 소장된 윌리엄 애스턴(W.G.

Aston.1841~1911) 도서에 대한 전모를 파악했다고 재단은 덧붙였습니다.

애스턴은 구한말 주한 영국공사를 역임하면서 조선의 각종 문집, 고소설류 및 한글 교재 등을 구입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한글을 재미있게 배우기 위해 '조선설화', '장화홍련전' 등의 고소설을 수집하고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두고 '국조정토록' 등 한일관련 다양한 전적도 수집했습니다.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에는 그가 책을 구매하면서 적은 책 권수와 가격, 구매자, 특징 등을 기술한 목록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자료 가치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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