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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마지막 빙하기가 빠르게 끝난 이유는?

안영인 기자

입력 : 2015.02.16 09:52|수정 : 2015.02.16 09:52


빙하기(빙기, ice age)와 간빙기(interglacial)가 되풀이되던 신생대 제4기, 지금부터 약 1만 년 전 북부 유럽과 북아메리카 대륙까지 덮고 있던 빙하가 빠르게 후퇴하면서 마지막 빙하기는 끝이 났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도 끝이 나고 현생 인류의 시대인 홀로세(현세, 충적세)가 시작됐다. 인류 역사를 기준으로 보면 구석기 시대가 끝나고 중석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10만 년 가까이 이어진 마지막 빙하기인 뷔름빙기(11만 년 전~1만 2천 년 전)가 어떻게 지질학적으로 길지 않은 수천 년 만에 끝나게 된 것일까? 갑작스럽게 기후가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깊은 바다 속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대량 방출되면서 마지막 빙하기가 빠르게 끝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Martínez-Botí, 2015). 바다에서 방출된 이산화탄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연구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최근호에 실렸다.
 
영국과 스페인, 호주, 미국, 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는 무렵 바닷물의 탄소 함량을 추적하기 위해 동위원소를 이용해 당시 남극 주변 남대서양과 적도 동태평양 해수면 근처에 살았던 플랑크톤 유공충의 퇴적물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마지막 빙하기의 빙하가 후퇴하기 시작한 무렵인 약 1만 7천 년 전부터 빙하기가 완전히 끝나고 간빙기가 시작되는 약 1만 년 전까지 약 7천년 동안 남극 주변의 남대서양과 적도 동태평양 바닷물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다른 시기에 비해 유난히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남극 주변 남대서양과 적도 동태평양에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다에서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면서 마지막 빙하 극대기인 약 2만 년 전 185ppm 정도에 머물렀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마지막 빙기하가 끝나는 약 1만 년 전 쯤에는 280ppm가까이 올라갔다. 수만 년 동안 큰 변화가 없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7천년동안 100ppm 가까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연구팀은 빙하기 동안 남극 주변 남반구 해양 깊은 곳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가 남대서양과 적도 동태평양의 강한 용승류에 실려 깊은 바다 속에서 표면으로 올라온 뒤 공기 중으로 방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남반구 바다 깊은 곳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크게 높아졌고 지구온난화현상으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마지막 빙하기가 빠르게 끝났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에서는 어떤 이유에서 그 시기에 깊은 바다 속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가 방출 됐는지 그리고 남대서양과 적도 동태평양을 제외한 다른 바다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빙하기와 간빙기가 수만 년~10만 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것은 이른바 밀란코비치주기(아래 참고)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대기 성분의 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현재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20~35%는 바다가 흡수한다. 바다에 들어 있는 탄소의 양은 대기 중에 있는 탄소의 양보다 6배 정도나 많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탄소 저장소가 바다인 것이다. 결국 바다가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고 있는 만큼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흡수하느냐 아니면 얼마나 방출하느냐에 따라 기후는 요동을 칠 수밖에 없다. 특히 바다는 순환 주기가 수만 년에서 10만년까지 긴 밀란코비치 주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에 급격한 기후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기후변화에서 바다를 지켜봐야하는 이유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약 1만 년 전부터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된 1750년대까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 정도가 유지됐다. 하지만 인간이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하게 치솟아 현재는 400ppm을 넘어서고 있다. 300년도 안 되는 사이에 120ppm이나 급증한 것이다. 1만 년 전에는 100ppm 정도 상승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로 인해 10만년 가까이 이어지던 마지막 빙하기가 끝이 났다. 산업혁명 이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앞으로 어떠한 기후변화를 초래할 지 두렵다는 생각마저 든다.
 
 
<참고> 밀란코비치 주기(Milancovitch cycles)
 
세르비아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밀란코비치(1879~1958)가 주장한 이론으로 ① 세차운동 즉, 약 2만 6천년을 주기로 기울어져 돌고 있는 팽이처럼 운동하는 지구 자전축 방향의 변화, ② 4만 1천 년을 주기로 21.5도에서 24.5도까지 오르내리는 지구 자전축 기울기의 변화, ③ 약 10만 년을 주기로 원형에서 타원 형태까지 나타나는 지구 공전궤도 모양의 변화 즉, 이심률의 변화로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에 변화가 나타나거나 지구가 받는 전체적인 태양 복사에너지, 그리고 위도에 따라 받는 태양 복사에너지에 변화가 생기면서 기후가 주기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이론
 
<참고문헌>
 
* M. A. Martínez-Botí, G. Marino, G. L. Foster, P. Ziveri, M. J. Henehan, J. W. B. Rae, P. G. Mortyn, D. Vance, 2015: Boron isotope evidence for oceanic carbon dioxide leakage during the last deglaciation. Nature, DOI:10.1038/nature1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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