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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FBI 국장 '법 집행에 인종 차별 인정' 발언 논란

입력 : 2015.02.13 16:33|수정 : 2015.02.13 16:33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미국의 법집행에 인종적 편견이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예상된다.

코미 국장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조지타운대에서 한 강연에서 백인이 주류인 미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인종적 편견을 갖고 있고 백인들을 흑인들과 다르게 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백인이든 흑인이든 경찰은 거리 한쪽에 서 있는 흑인 청년 두 명은 단속하고, 같은 옷을 입고 있더라도 다른 쪽에 서 있는 백인 청년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서 "그 경찰에겐 흑인 청년 두 명이 이전에 그가 체포했던 많은 다른 이들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관성적인 사고는 피해가기 어렵고 합리적으로 보이기조차 해 (결과적으로) 다른 행동을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행동이 경찰과 우리가 봉사하는 지역사회 간 관계를 복잡하게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발언은 FBI 국장으로선 전례 없는 것이며, 이전 국장들은 인종에 관한 공개 발언을 백인 우월주의 과격단체인 KKK(쿠클럭스클랜)의 살인행위나 마틴 루서 킹 목사에 대한 FBI 도청 수사 같은 경우로 국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에선 마이클 브라운과 에릭 가너 등 흑인 청년들이 경찰 총격으로 숨진 뒤 전국적인 항의집회가 잇따랐고 뉴욕에선 흑인 남성이 경찰관 2명을 사살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경찰의 과잉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위에 온정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뉴욕 경찰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코미 FBI 국장은 마이클 브라운 사건 이후 우리 사회가 "건강한 대화를 갖지 못했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중요한 이슈들이 논의됐으면 하는" 심정에 이런 연설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무의식적인 인종적 편견을 갖고 있다는 한 연구 결과를 언급한 뒤 비록 본능적 반응을 피할 수는 없지만 법 집행은 "이런 인간적인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시스템과 절차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미 국장은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면서 "차 라디오의 음량을 올리고 문제를 우회할지 아니면 개방적이고 솔직한 자세로 당면한 문제를 논의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FBI 국장이 법 집행에서 있는 인종적 편견에 대한 '냉엄한 진실'(hard truths)을 인정했다고 이 소식을 전했다.

경찰간부연구포럼의 척 웩슬러 국장은 WP에 "코미 국장이 문제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이번 연설로 코미는 인종과 법집행에 관한 국가적 논의라는 옳은 방향으로 FBI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NYT는 코미 국장이 윌리엄앤드메리대학을 다닐 때 교지 사설을 통해 대학 측이 체육 프로그램 개선을 위해선 수백만달러를 떼어놓고도 소수민족 출신 학생들의 입학을 늘리는 예산은 거의 쓰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등 인종 문제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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