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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700억대 세금전쟁' 인천시 1라운드 완패

입력 : 2015.02.13 15:53|수정 : 2015.02.13 15:53


인천시가 지역 향토기업인 OCI(옛 동양제철화학)의 자회사 DCRE를 상대로 한 1천700억원대 세금 소송 1심에서 참패했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인천시로서는 세수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게 됨은 물론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도 실패, 실리와 명분을 모두 놓치게 될 처지에 놓였다.

인천시와 DCRE의 '세금 전쟁'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OCI는 2008년 5월 화학제품제조사업 부문에서 도시개발사업 부문을 떼어내 DCRE를 설립했다.

법인세법에 따른 적격 분할로 신고돼 지방세 약 500억원을 감면받았다.

인천시는 그러나 송영길 전 시장 때인 2012년 1월 감사에서 남구의 지방세 감면 조치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OCI가 부채와 자산을 모두 인수해야 하는 적격 분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감면 지방세를 걷기 위해 곧바로 DCRE에 취득세와 등록세 등 1천727억원의 지방세를 부과했다.

초반전은 인천시에 유리하게 흐르는 양상이었다.

DCRE는 추징이 부당하다며 2012년 4월 조세심판원에 부과처분 취소 심판을 청구했지만 결국 2013년 6월 기각 처분을 받았다.

시는 조세심판원 기각 처분에도 DCRE가 지방세를 체납하자 DCRE의 2천254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압류하고 공매를 예고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어 공사 보상금, 예금, 매출채권, 골프회원권 등을 압류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DCRE는 결국 2013년 9월 인천지법에 지방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년 3개월간 치열한 법적 공방 끝에 1심 판결의 승자는 DCRE였다.

재판부는 "2012년 남구청장과 연수구청장이 부과한 취득세와 등록세 등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며 "소송 비용은 모두 피고 측이 부담한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DCRE는 1심에서 완승을 거두긴 했지만 소송 과정에서 입은 피해는 심각하다.

부동산과 채권 등이 압류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았다.

세금 추징 관련 언론보도가 나올 땐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또 세금을 의도적으로 체납하는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히며 기업 신인도에도 큰 상처를 입었다.

DCRE는 이날 "그동안 향토기업의 명예와 신용에 막대한 타격을 받았지만 회사분할의 적법성이 재판부의 판결로 입증돼 다행"이라며 "앞으로 인천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아직 확정 판결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인천시는 세수 확충에 비상이 걸렸다.

과세액과 체납 가산금을 합쳐 1천887억원(2월 현재)의 지방세를 손에 넣지 못하게 되면 재정 운용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적지않은 소송비용도 부담해할 판이다.

다른 대기업에 대한 지방세 추징 작업에도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시는 2011년 SK이노베이션이 기업 분할과정에서 감면받은 지방세가 감면 대상이 아니라며 2천710억원 규모의 지방세를 추징하기 위해 작년 11월 SK인천석유화학과 SK에너지에 과세 예고를 통보한 상태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인천시의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의 세금 추징에 반발 여론이 크다.

모 대기업의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방세를 감면해 주고서는 뒤늦게 감면 조치가 잘못됐다며 세금을 다시 내라고 하니 황당할 뿐"이라며 "이런 식이면 어느 기업도 인천에 뿌리를 두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내부에서도 기업 편의를 고려한 기업 정책이 아쉽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민선6기에 부시장으로 취임한 배국환 경제부시장은 지난 9일 간부회의에서 "다른 시·도에서도 비슷한 기업분할 과정 사례가 있지만 재정 담당 공무원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비중을 두며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며 "공무원이 '갑'의 입장을 벗어나 기업의 입장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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