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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방조' HSBC에 몰린 검은 돈…무기상, 마약상 등 다양

입력 : 2015.02.13 11:50|수정 : 2015.02.13 11:50


전세계 부유층 10만여명의 탈세를 방조한 것으로 드러난 HSBC의 스위스 PB(개인자산관리) 사업부 계좌에는 부패 연루자들과 마약상, 무기상 등의 검은 돈이 대거 몰려든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HSBC 내부자료를 인용, 문제의 계좌 소유자 중에는 아프리카 분쟁의 한 원인인 '피의 다이아몬드' 거래에 연루된 사람들과 금융 사기 용의자 등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우선 눈에 띄는 부패 스캔들 연루자는 케냐의 사업가 디팍 카마니와 아누라 페레라이다.

이들은 지난 2006년 공개된 반부패 보고서에 이름이 거론됐음에도 HSBC 에 개설된 계좌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페레라의 HSBC 관련 기록에는 케냐 정부가 지불할 100만 달러(약 11억 원)가 국고 부족 때문인지 제때 안들어 오고 있다는 부분도 있다.

HSBC는 또 나이지리아의 사니 아바차 전 대통령 등 현지 정치인들의 가스 플랜트 부정 거래를 숨겨줬다가 나중에 미국에 수감된 런던 출신 변호사 제프리 테슬러의 돈 2천만 파운드를 운용했다.

HSBC는 아프리카 다이아몬드 불법 거래상들에게 은행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들 가운데는 2001∼2002년 앙골라 분쟁지에서 다이아몬드를 불법 수입한 혐의로 벨기에 안트워프 법원에서 6년형을 받은 엠마누엘 샬로프도 포함돼 있다.

시에라리온 반군과 거래한 혐의도 받는 샬로프는 200만 파운드를 HSBC 계좌에 은닉했다.

HSBC는 콩고 및 앙골라 산 다이아몬드 거래로 얻은 이득을 두바이로 빼돌렸다가 벨기에 세무당국에 1억9천500만 달러를 토해 낸 오메가 다이아몬드의 중역 2명 등도 고객으로 유치했다.

직권 남용 혐의를 받는 상당수의 동유럽 은행가들도 HSBC 계좌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중 리투아니아 스노라스 은행에서 4억 파운드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안토노프는 현재 영국에서 본국 송환을 피하기 위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또 2011년 카자흐스탄 알리안스 은행에서 거액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마르굴란 세이셈바예프는 1억8천400만 달러를 HSBC에 예치하기도 했다.

HSBC는 영국 방산업체 BAE의 악명높은 부패사건과 연관된 무기 거래에 연루된 계좌도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인 투르키 빈 아세르 등은 6천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HSBC에 예치했다.

그는 사우디 공군 수장으로서 2004년 당시 9천200만 달러 규모의 BAE 비자금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비밀리에 BAE를 대행해 사기를 친 파나 흘롱과네의 돈 1천만 달러도 HSBC 계좌로 유입됐다.

카리브해와 멕시코의 마약 거래상들도 HSBC의 단골 고객들이었다.

도미니크 공화국에서 마약상으로 암약하던 스페인 부동산업자 아르투로 델 티엠포는 2006∼2007년 HSBC에 19개의 계좌를 두고 250만 파운드를 굴렸다.

HSBC 멕시코 지부는 마약 카르텔이 8억8천100만 달러의 검은돈을 세탁하는 것을 도와 2012년 미국에서 19억 달러의 벌금을 내기도 했다.

이밖에 스페인 사이클 선수들의 담당 의사로 도핑검사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2006년까지 20만 파운드를 받아 챙긴 유페마니오 푸엔테스도 HSBC에 관련 계좌를 갖고 있었다.

한편 HSBC는 지난 1999년 스위스 제네바의 은행을 인수한 이후 "너무나 많은 고위험군 계좌가 그대로 유지됐다"고 시인하면서 탈세 등 문제 계좌는 폐쇄하고 돈세탁 방지를 위한 고객 신원조회 강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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