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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실수냐 소신이냐' 원희룡 제주지사 발언 잇단 구설

입력 : 2015.02.12 15:25|수정 : 2015.02.12 15:25


원희룡 제주지사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잇따라 의회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 구설에 오르고 있습니다.

도의회는 반복되는 원 지사의 이른바 '언론 플레이'에 반발하며 집행부와 날을 세워 도와 의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는 오늘(12일) 도 농축산식품국과 농업기술원으로부터 올해 주요업무 계획을 보고받을 예정이었지만 "원 지사가 또 중앙 언론에 의회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원 지사에게 직접 출석해 해명할 것을 요구한 뒤 바로 정회했습니다.

논란의 발단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원 지사는 인터뷰에서 의회와의 예산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될 때까지 하는 거죠"라고 말했습니다.

도와 의회의 충돌로 행정공백이 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에는 "도의원의 지역 민원 예산의 공백이 있을 뿐이지 행정공백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농수축위는 이런 기사 내용이 의회를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원 지사에 출석을 요구했으나 일정상 출석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오자 "이런 상황에서 업무보고는 의미없다"며 산회했습니다.

박원철 농수축위원장은 "원 지사는 추경안을 제출해놓고 또다시 의회를 자극하는 발언을 언론에 쏟아내고 있다"며 "정도를 넘어 의회를 무시하는 태도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 원 지사를 출석시켜 이 사태를 짚고 넘어가겠다"고 분개했습니다.

박 위원장과 허창옥 부위원장은 산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지사가 오늘 다른 일정 때문에 출석하지 못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다시 지사의 출석을 요구해 그런 발언을 한 취지와 의미 등에 대해 직접 설명을 들어야겠다"고 못박았습니다.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도 "자꾸 언론 플레이를 하며 의회를 매도하는 원 지사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지사가 끝까지 가면 우리도 끝까지 간다"는 등의 발언이 쏟아지는 등 원 지사의 발언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의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원 지사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의회를 자극해 갈등의 불씨를 지핀 것은 이번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19일에는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부 도의원이 사심 내지 욕심이 껴서(생겨서) 1인당 20억 원씩 보장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도의회가 자기들끼리 예산을 짜놓고 동의하지 않으면 부결시켜버린다"는 등의 발언을 해 의회의 반발을 샀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원 지사는 의회에 출석해 "의회를 존중하며 건강한 견제와 협력관계를 책임져야 할 도지사로서 표현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모든 것은 제 부덕의 소치"라며 "일부 지나친 표현으로 본의 아니게 도의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원 지사는 의회를 겨냥한 발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집행부가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중이던 지난 3일 정례직원조회에서 원 지사는 "(의회가) 1천636억 원이라는 기네스북에 나올 예산을 삭감하면서 민생 피해와 행정피해를 어떻게 복구할 것이냐 하는 전무후무한 추경예산"이라고 발언, 에둘러 의회를 비판했습니다.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은 이에 대해 "도정이 의회를 개혁 대상으로 보지 말고 대화와 협력의 상대로 받아들여 소통의 물꼬를 터 나가야 한다"며 원 지사의 태도를 문제 삼았습니다.

다른 의원들도 "타 시·도의 사례를 보면 제주도보다 더 많이 감액한 곳이 있는데 이를 감추면서 기네스북 운운해 여론을 호도한다", "의회를 비꼬는 발언", "원 지사는 스스로 의회주의자라고 했지만 사실은 의회 개혁주의자인 것 같다"는 등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원 지사의 '발언 논란'이 잇따라서인지 도 소통정책관실은 최근 원 지사가 주재하는 주간정책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대신 발언 녹취록과 영상, 사진을 언론에 제공하겠다고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원 지사의 발언으로 의회가 다시 한 번 거세게 반발함에 따라 지난 10일 의회에 제출된 1천634억 원 규모의 올해 첫 추경안 처리도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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