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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긴수염고래, 41년 만의 귀환…아쉬운 이별

송성준 기자

입력 : 2015.02.12 14:58|수정 : 2015.02.12 22:29


 어제(11일) 오후 2시 ‘북태평양 긴수염고래’가 나타났다는 긴급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경남 남해군 미조면 앞바다 홍합양식장 부이 줄에 걸린 채 생사의 기로에 있다는 겁니다. 북태평양 긴수염고래는 전 세계에 개체 수가 3백 마리 정도 밖에 남지 않은 대표적인 멸종 위기종입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74년 동해안에서 잡히고 난 뒤 사라져 41년 만에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발견되는 셈입니다.[취재파일] 긴수염 41년 만의 발견은 대단히 흥분되는 사건이었지만 불행히도 양식장 줄에 걸려있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와 해운대 아쿠아리움 수중구조팀이 현지로 급파돼 구조작업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취재팀도 현지로 달려갔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긴수염고래는 머리에서 연신 거친 숨소리를 내며 물을 뿜어내고 있었고 괴로운 듯 몸부림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M나 되는 꼬리 부분에 3겹으로 줄이 꼬여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에 놓여 점점 지쳐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취재파일] 긴수염 구조팀이 꼬리 부근 밧줄을 제거하기 위해 접근했지만 엄청난 파워를 가진 긴수염고래는 쉽사리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고 한 번씩 요동을 칠 때마다 구조팀의 신변이 위험할 정도였습니다. 밧줄이 워낙 단단하고 3겹으로 꼬여 결국 수중 절단팀까지 동원해야 했습니다.[취재파일] 긴수염 합동구조팀은 오후 6시 반까지 가까스로 3겹으로 꼬인 줄 가운데 두 겹을 끊어 냈습니다. 하지만 고래가 워낙 격하게 움직이고 날도 어두워 나머지 줄 1개는 끊지 못하고 철수했습니다. 고래연구소 박겸준 박사는 “아침까지 살아 있을지 모르겠다” 고 안타까워했습니다. 합동구조팀의 1차 조사 결과 긴수염고래는 몸길이 13~14M에 생후 7년 정도 된 암컷으로 밝혀졌습니다. 완전히 자라면 최대 20M 안팎에 100톤까지 자라고 60~70년을 산다고 합니다. 이 긴수염고래는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과 함께 돌아다니다 홀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다음 날인 오늘 아침 7시 반.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취재파일] 긴수염  긴수염고래가 사라진 겁니다. 어찌 된 일일까? 합동구조팀은 즉시 수중 수색에 들어갔습니다. 2가지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첫째는 지쳐 죽어 바다 속에 가라앉았을 가능성입니다. 둘째는 불행 중 다행으로 나머지 남아있던 밧줄이 풀리면서 자력으로 헤엄쳐 먼 바다로 돌아갔을 가능성입니다. 전자의 가능성이 더 컸습니다.[취재파일] 긴수염 수중 수색팀은 제발 죽어 있지 않기를 바라면서 30여 분간 바다 속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결과는 긴수염고래는 없었습니다. 살아서 무사히 돌아간 겁니다. 조상대 잠수사는 “바다 속을 보니 깨끗한 상태였다”며 만약 고래가 죽었다면 엄청난 덩치 때문에 몸부림 치면서 바다 밑은 굉장히 헝클어진 상태로 엉망이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 다. 박겸준 박사도 “긴수염고래가 몸부림치다가 꼬리 부위에 크고 작은 상처가 많이 나긴 했지만 그 정도 상처는 자연적으로 치유가 가능하다”며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 갈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기뻐했습니다.

 어민들도 기뻐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밧줄에 걸린 고래가 그렇게 귀중한 종인지 몰랐다”며 “살아 돌아가 정말 기쁘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해경과 합동구조반은 긴수염고래가 사고 지점 주변의 그물이나 양식장 줄 등에 걸렸는지 확인하려고 추가 수색을 벌였지만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고래연구소는 긴수염고래가 대한해협을 통해 동해를 따라 오츠크해로 돌아갔거나 일본 주변 해역을 지나 태평양으로 향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다만 이 희귀한 고래가 어떻게 남해안으로 왔는지는 앞으로 연구과제로 남게 됐습니다.

▶ '긴수염고래' 41년 만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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