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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용의자까지 잡았건만…미궁에 빠진 '토막 살인' 사건

박병일 기자

입력 : 2015.02.12 15:09|수정 : 2015.02.12 15:09


 지난달 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 11번가에서 버려진 여행 가방이 발견됐습니다. 가방을 발견한 행인은 테러범이 남겨놓은 폭발물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곧바로 경찰서에 신고했습니다. 가방을 조심스럽게 열어 본 경찰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역겨운 냄새와 함께 사람 신체의 일부분이 들어 있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이 일대 네 블록에 걸쳐 사람들의 통행을 막는 폴리스 라인을 치고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이 일대 쓰레기통을 모두 뒤졌습니다. 혹시라도 시신의 나머지 부분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경찰의 예측대로 세 곳에서 나머지 시신 일부가 발견됐습니다. 반경 세 블록 범위였습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사람을 살해한 뒤 네 곳에 나눠서 시신을 버렸다는 얘깁니다.[월드리포트] 미국 경찰은 시신의 신원 파악에 들어갔고 동시에 이 일대 CCTV를 모두 뒤졌습니다. 단서가 될 만한 것이라면 무엇이건 찾아야 할 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경찰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만한 CCTV를 찾아냈습니다. 상점 앞으로 한 남성이 여행 가방을 끌고 지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워낙 CCTV가 낡아서 남성의 얼굴이나 여행가방이 뚜렷하게 찍히지는 않았지만 윤곽으로 봤을 때 이 남성이 끌고 가는 가방이 시신이 든 여행가방과 비교적 흡사해 보였습니다.[월드리포트] 미국 경찰은 비슷한 시간대, 비슷한 인상착의의 남성이 가방을 끌고 가는 또 다른 CCTV가 있는지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비교적 얼굴이 선명하게 찍힌 CCTV를 확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수염을 한동안 깎지 않았는지 얼굴에 흰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마른 체형의 50대 남성이었습니다. 시신 가방이 발견된 바로 다음 날인 29일, 54살 마크 앤드러스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그는 노숙자였습니다.[월드리포트] 박병 경찰은 앤드러스를 상대로 추궁했습니다. 28일 하루 종일 무엇을 했는지 행적을 세밀하게 캐물었고, 이날 가방을 끌고 지나가는 CCTV를 보여주면서 토막 살인과의 관련성을 캐는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앤드러스는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경찰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앤드러스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월드리포트] 미국  가장 큰 난관은 시신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시신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어야만 앤드러스와 죽은 사람 간의 관련성을 입증할 실마리를 찾을 텐데, 시신이 누구인지 조차 알 수 없으니 혐의를 부인하는 앤드러스를 살해 용의자로 밀어 부치면서 계속 추궁할 수는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살인의 동기와 방법을 캐는 게 수사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정에서 앤드러스를 범인이라고 입증할 만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숨진 사람이 누군지조차 알 수 없으니 그게 문제였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검찰과 경찰의 설명입니다. 결국 앤드러스는 경찰서에서 풀려났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그래도 앤드러스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석방된 이후에도 그의 행적을 감시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유죄를 입증할 만한 다른 단서나 증거를 찾는데 주력했습니다. 앤드러스가 체포된 상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만큼 누군가의 제보가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접지 않았습니다. “현재로서는 앤드러스 이외에 용의선상에 올라있는 인물은 없습니다.” 경찰의 설명입니다.[월드리포트] 미국 그런데 앤드러스가 풀려난 다음 날인 토요일, 그는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아직까지 앤드러스의 사인이나 숨진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샌프란시스코를 발칵 뒤집어놓은 ‘미국 판 박춘봉 사건’은 영원히 미궁에 빠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과연 시신은 누구였을까요? 그리고 앤드러스는 과연 그 시신이나 토막 살인과 관련이 있었던 것일까요?  지금으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다만, 앤드러스의 변호를 맡았던 제프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앤드러스의 변호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가 매우 상냥하고 따뜻하며 그리고 호감을 주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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