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 "韓 중산층, 1990년보다 삶의 질 악화됐다"

한국 중산층은 지난 20여년간 소득 증가율보다 주거·교육비 지출 부담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최성근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중산층 삶의 질 변화' 보고서에서 "1990년보다 중산층의 삶의 질이 악화됐다"며 이 같은 분석을 내놨습니다.

최 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맞춰 중위소득의 50∼150%에 속하는 이들을 중산층으로 분류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2013년 1천140만 가구 가운데 중산층은 67.1%(765만 가구)를 차지했습니다.

한국 중산층의 4인가족 월 가처분소득 중위값은 약 386만 원, 1인가구는 약 193만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1990년 중산층을 대표하는 특성은 4인가구, 30대 후반 가구주, 고졸, 외벌이 등이었지만 2013년에는 3인가구, 40대 후반, 대졸, 맞벌이로 변화했습니다.

중산층의 총 소득은 1990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7.0%씩 늘어 저소득층(6.1%), 고소득층(6.8%)보다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습니다.

또한 무직가구주 비율은 1.4%포인트 줄어 소득과 고용 부분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하지만 지출 항목을 들여다보면 주거·교육·여가 분야에서 삶의 질이 다소 악화됐습니다.

매달 월세로 쓰는 비중이 1990년 11.9%에서 2013년 12.8%로 늘었고, 특히 전세보증금 증가율이 연평균 11.8%로 저소득층(10.7%), 고소득층(0.9%) 보다 부담이 더 크게 늘었습니다.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교육비 비중도 1990년 13.4%에서 2013년 20.9%로 7.5%포인트나 상승했습니다.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이 커지면서 오락·문화 등 여가지출의 비중은 5.9%에서 5.3%로 줄었습니다.

보건·의료비지출 비중은 6.5%에서 0.1%포인트 감소한 6.4%로 거의 비슷했습니다.

맞벌이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외식비 지출은 1990년 월평균 4만1천 원 수준에서 2013년 32만 원으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이밖에 전기·난방 등 에너지와 식료품 등 기타 비용 지출이 다소 오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최 위원은 "중산층 삶의 질을 높이려면 소득 개선도 중요하지만 주거·교육비 지출 부담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등 전·월세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공교육 정상화로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직장에서 조기퇴근을 적극 권장하는 등 여가 활용을 통한 오락·문화 소비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