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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노병 '국제시장' 이산가족 상봉 장면에 '눈물바다'

입력 : 2015.02.12 09:07|수정 : 2015.02.12 09:34


"한국전쟁은 결코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분명히 알게 해준 '잊혀진 승리(Forgotten Victory)'였습니다."

11일(현지시간) 오후 1시 미국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의 리걸극장 2층 상영관.

은막을 응시하던 '영원한 노병' 스티븐 옴스테드(85) 예비역 장군의 두 눈에는 촉촉한 눈물이 맺혔습니다.

지옥 같던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미 해병대 중장 출신으로서 애써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지만 가슴 밑바닥에서 솟구쳐오르는 눈물을 참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객석 곳곳에서 흐느끼고 훌쩍이는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영문명 Ode to My Father)의 워싱턴 특별상영회 현장의 풍경이었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채 노구를 이끌고 나온 50여 명의 한·미 참전용사들은 너나 할것 없이 흥남 철수작전과 피란민들의 생이별을 보는 장면에서 연신 손으로 눈물을 훔치기 바빴습니다.

옴스테드 장군의 시계는 65년의 시공을 거슬러 흥남부두 철수작전이 진행되던 1950년 12월의 한겨울로 되돌아갔습니다.

당시 19세의 이병이었던 옴스테드 장군에게 이미 스러진 듯했던 당시의 기억이 다시 생생한 현실로 되살아났습니다.

그는 사병으로 입대해 중장까지 진급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영화 초반 긴박했던 흥남철수 작전을 지켜본 옴스테드 장군은 "당시 흥남부두에서 아우성치던 사람들의 모습과 군함, 병력과 장비의 움직임을 너무도 정확히 그려내 정말 놀랐다"며 "그야말로 모든 것이 얼어붙어 있던 그 엄동설한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습니다.

그의 부대는 1950년 10월 원산에 상륙했던 미 해병 1사단이었습니다.

미 10군단과 함께 동해안을 따라 북진했던 그의 부대는 중공군의 개입 이후 장진호에서 중공군과 치열한 교전을 치르며 후퇴작전을 벌였습니다.

이 작전은 바로 흥남철수를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중공군의 포위망을 뚫고 흥남에 도착한 그는 흥남부두에서 일사불란하게 군함에 승선했으나 당시 흥남 피란민들의 겪었던 '아비규환' 같은 상황을 잊지 못했습니다.

옴스테드 장군은 "전쟁은 정말 생지옥"이라며 "전투과정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육군과 해병대에게 지옥이었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을 하는 민간인들의 아픔은 형언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한미 노병 국제시장그를 가장 크게 울렸던 장면은 힘들게 군함 갑판에 오른 소년(주인공 덕수)이 여동생(막순이)의 손을 잡아끌어 올리는 순간 저고리 소매만 남고 여동생이 바다로 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솔직히 이 순간에 눈물을 훔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주인공 덕수가 헤어진 여동생을 1980년대 초 이산가족 찾기 행사에서 만나는 장면에서는 그뿐만 아니라 참전용사와 기자들을 아울러 객석 전체가 한마디로 '눈물바다'였습니다.

옴스테드 장군은 당시 남쪽으로 철수하던 군함 내부를 "사람으로 가득 차 제대로 누울 공간조차 없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는 "다행히도 군함에서 일하는 민간인 정비공들이 지하 벙커 같은 곳에 잠자리를 마련해줘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옴스테드 장군은 영화상영이 끝난 뒤 객석 앞으로 나와 "지금 미국 내에서는 한국전쟁이 잊혀진 전쟁이 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번 영화를 통해 그 전쟁이 승리한 전쟁이었음을 알게 됐다. 잊혀진 승리인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지금 자랑스럽고 성공한 한국이 존재하는 것은 바로 1950년대 초 북한·중공군과 싸운 군인들의 희생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커다란 아픔을 겪었던 민간인들의 희생 위에서 가능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상영회에는 흥남 철수 과정에서 선박 내 무기를 버리고 피란민들을 극적으로 탈출시킨 당시 10군단장이었던 에드워드 아몬드(1892~1979) 소장의 외손자인 토머스 퍼거슨(72) 예비역 대령이 참석했습니다.

퍼거슨 대령은 "아버지가 2차대전에서 숨져 외할아버지는 내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며 "외할아버지는 1차대전과 2차대전, 한국전쟁 때 인천상륙작전까지 참여하며 엄청난 전과를 세웠지만 가장 의미있었던 작전은 바로 흥남철수였다"고 말했습니다.

퍼거슨 대령은 "단순히 미군만 철수하는 게 아니라 한국군들과 피란민들까지 모두 철수시키는 어마어마한 작전이었다"며 "중공군·북한군과 싸우면서 이 같은 철수작전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것은 기적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당시 외할아버지는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의 승인도 얻지 않고 즉석에서 배 안의 무기를 버리고 피란민들을 태우라는 결정을 내렸다"며 "그러나 나중에 아무런 문책을 듣지 않았고 오히려 피란민 승선을 시킨데 대해 칭찬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수년전 아몬드 장군에게 피란민들을 승선시킬 것을 수차례 설득한 당시 군의관이었던 고 현봉학 박사의 거제도 묘소를 참배한 사실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북한동포사랑 한인교회연대(KCNK)와 북한인권단체인 LiNK가 주최하고 민주평통 워싱턴협의회(회장 황원균)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6·25 참전 국가유공자회 워싱턴 지회와 워싱턴 재향군인회, 미국측 한국전 재향군인협회 소속 참전용사들과 주미 대사관 소속 무관들이 참석했습니다.

이경주 6·25 참전 국가유공자회 워싱턴 지회장은 "제가 태어난 곳이 바로 함흥이고 바로 어머니가 함흥 철수때 배를 타고 거제도로 내려오셨다"며 "영화 속 덕수는 결국 우리 자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회장은 "다시금 이런 전쟁이 한국 땅에서 되풀이되면 안된다"며 "이번 영화를 통해 한미동맹의 특별한 의미를 재조명하게 됐다"고 강조했스니다.

나르스 콜리바(85) 미국측 한국전 재향군인 협회장은 "감동 그 자체였다"며 "한국전에 참전했던 모든 미국인들에게 이 영화를 보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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