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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정당방위 확대요구? 그만큼 무서운 곳에 살고있단 뜻"

입력 : 2015.02.11 10:54|수정 : 2015.02.11 11:09

* 대담 : 임제혁 변호사 (법무법인 메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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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또다시 정당방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번엔 부부 사이에 벌어진 일인데요. 술 취한 남편의 폭력을 피하려던 40대 주부가 남편을 발로 찼고, 남편은 의식불명에 빠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1심과 2심 법원이 정반대 판결을 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정당방위로 판단해서 무죄 판결을 내렸고요. 2심 재판부는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무법인 메리트 임제혁 변호사 연결해서 자세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변호사님, 나와 계십니까?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안녕하세요. 임제혁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2012년에 있었던 사건이던데요, 좀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사건은 2012년 4월에 발생한 것이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피고인은 여성, 부인되는 사람이고. 피해자는 그 남편이고, 장기간 알코올중독 상태에서 가정폭력을 휘둘러왔던 사람입니다. 근데 이 남편이 술을 많이 마시면 아내에 대해서 폭력을 계속 휘둘렀고, 사건 당일 역시 아내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집을 나서는데 남편이 술에 취해가지고, 아내의 머리채를 뽑힐 정도로 머리채를 잡는 등의 폭행을 가했고요. 아내는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 손으로 남편의 손을 뿌리치고 남편을 발로 차서 넘어뜨렸고요. 남편은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치게 된 사안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내가 남편의 폭력을 피하려다가 남편을 밀어뜨려서, 남편이 머리를 크게 다친 거고요. 그러면, 바로 의식불명에 빠진 건가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판결문을 보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바로 의식불명에 빠진 건 아니고, 그 이튿날 두통이랑 구토 등의 고통을 호소하다가 1차로 병원에 한 번 갔는데, 그 병원에서 또, 침대에서 한 80cm 밑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충격을 다시 한 번 입었고, 그리고 의식을 잃게 된 사안이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말씀 들어보니까 평소에도 남편이 종종 폭력을 휘둘렀던 거예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그렇습니다. 판결문에도 그 부분은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취하기만 하면 괴롭힘을 당해왔다. 사건 2-3일 전에 맞아서 멍이 든 일이 있었다’ 그런 식으로 어쨌든 가정폭력은 계속 있어왔던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려던 중이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 거라는데, 이해가 되지 않네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예, 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죠.

▷ 한수진/사회자:
사건개요부터 정리를 해주셨는데요. 1심에서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이 되었고, 무죄판결이 났어요. 정당방위로 인정을 했다는 거죠?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예, 정당방위로 인정이 됐던 부분인데요. 사건 자체를 보면, 이제 아내가 남편을 밀어뜨려서 쓰러지고, 이 남편은 의식불명에 빠진 거잖아요. 그럼 이걸 폭행치상으로 볼 수가 있는데.
일단 1심 재판부는 그 폭행 행위, 그러니까 ‘밀어뜨린 행위하고 이 남자가 의식불명에 빠진 것 사이에는 인과관계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해가지고 폭행만 일단 인정을 했고, 그럼 ‘폭행에서 정당방위가 성립되는 것이냐’라는 걸 보면서, 폭행과 관련해서는 ‘남편이 자주 가정폭력을 일으켜왔다. 당시 시어머니를 모시고 아내가 나가려는데 남편이 특별한 이유 없이 머리채를 잡고서 유형력을 행사했다, 아내가 이런 남편의 손을 뿌리치고 뒤돌아서 발로 찬 행위가 하나의 연결동작으로 순식간에 일어났다’ 그 다음에 ‘아내가 남편의 손을 뿌리친 이후에도 남편이 계속해서 덤벼들거나, 덤벼들 것을 충분히 예상됐다’는 점을 들어가지고 아내의 행위에 대해서 정당방위를 인정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근데 2심 판결은 그렇지 않았다는 거고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네, 2심 판결은 일단은 폭행치상을 인정을 했어요. 그러니까 ‘인과관계가 있다’라고 봤고요. 그 다음에 정당방위와 관련해가지고는 ‘남편이 머리채 등을 잡고 유형력을 행사하는 도중에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 아내가 손을 뿌리쳤다고 보고, 남편의 손을 뿌리친 시점에 남편이 아내에 행하는 어떤 공격 행위는 종료가 됐다’라고 판단을 했고요.
그 다음에 신발을 신은 상태로 남편의 복부를 차서 넘어뜨려서 머리를 부딪치게 한 것은 남편을 걷어찰 당시에 이미 정당방위 요건으로서의 현재의 부당한 침해, 그게 없거나 또는 아내에게 정당방위의 의사가 있다라고 보기 어렵다, 즉 어떤 공격의 의사가 더 있다고 봐가지고 정당방위를 부정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니 그러니까요. 일단 남편의 손을 뿌리쳤으니까 여기서는 위협 상황이 끝난 거다, 그 이후에 남편을 발로 찬 건 이건 정당방위가 아니다, 그냥 폭행이라는 건가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그렇습니다. 일단 2심 판결 논리는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상식적으로 좀 이해가 가세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이 부분과 관련해가지고는 국민들로서도 납득하기 어렵지 않나, 특히 이제 가정폭력의 경우라면 폭력행위의 집요함이라는 게 있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특히 이 남편은 술을 마신 상황이었고 이 여성분은 계속 남편의 폭력행위에 시달려왔고. 그렇게 되면 분명히 후속해가지고 단순히 손을 뿌리친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뭔가 있을 수 있는 충분한 상황 여건이 되는데, 그걸 갖다가 ‘손을 뿌리쳐서 공격행위는 일단 중단이 된 것이다’라고 보는 건 지나치게 좀 기계적인 해석이 아닐까라고 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요. 뿌리쳤다고 해서 그 이후에 남편이 계속 가만히 있었으리라는 보장도 없잖아요.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데. 그러니까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정당방위와 법조인들이 생각하는 정당방위에 대한 개념에 분명한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일단 법조문부터 한 번 말씀을 드릴게요. 현행 형법 21조 1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이렇게 규정하고 있어요. 즉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정당방위를 행사하는 시점에, 그때에 바로 폭행을 당하고 있거나 현재 부당한 침해를 당하고 있어야 되는 현재성이라는 게 있어야 되고.
그 다음에 정당방위로 행하는 행위가 방위행위로서의 상당성, 즉 상대방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제가 행사하는 저항수단이 그 정도와 종류가 어떤 새로운 공격이 아니라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어야 된다, 이걸 요구하고 있거든요. 근데 이 해석의 범위가 문제가 되는 거겠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법은 법이지만, 또 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재판부에서 정당방위의 범위를 너무 좁게 해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사실 정당방위가 많이 인정되어 오지는 않았고요. 특히 형법에는 과잉방위조항이 있어가지고, 좀 과하게 나간 방어행위라 하더라도 특수한 상황에서는 처벌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는 두고 있어요. 어쨌든 간에 정당방위 자체를 인정하는 데 있어서 ‘침해의 현재성’이라는 부분하고 ‘방위행위의 상당성’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그 인정 범위는 좀 좁게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얼마 전에 도둑 뇌사 사건을 많이들 기억하실 것 같은데. 도둑이 집주인에게 빨래건조대로 맞아서 뇌사 상태에 빠졌고요. 재판 중에 끝내 목숨을 일었는데, 집주인이 형을 선고받게 된 것 아니겠어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때도 정당방위 인정범위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많았죠?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도둑뇌사사건’이라고 불리는 그 사건 같은 경우에 이건 국민의 법의식이 바뀌어 가고 있는 지점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정당방위라는 게 분명히 법조문에 ‘상당성을 지켜야 된다’라고 적혀 있고, 도둑 뇌사 사건 같은 경우는 이건 찬반논란이 좀 많은 것 같더라고요. ‘정당방위로 봐야 된다, 집에 침해가 들어왔는데 어떻게 해야 되겠냐’라고 하는 것하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둑을 때려가지고 뇌사에 빠지게 하고 죽게까지 하는 건 말이 되냐’ 이 부분에 대해선 논란이 있는데.

▷ 한수진/사회자:
아니 그런데, 또 그렇게 당황한 상황에서 말이죠.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그렇죠. 이건 제가 볼 때는 그런 거예요.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고 흉폭해지고 있잖아요. 그럴수록 내가 행사할 수 있는 정당방위의 범위도 넓어져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쪽으로 흘러가는 거고. 그 도둑뇌사 사건은 ‘이건 정당방위로 포섭을 해야 된다’라고 그런 의견을 내는 분들은 아무래도 ‘정당방위의 범위가 넓어야 된다. 나는 그만큼 무서운 곳에 살고 있다’라는 거고. ‘이건 정당방위가 아니다. 특히 법조문의 해석에 따르면 이건 좀 벗어난 걸로 볼 여지가 더 큰데 이건 아직까지는 법조문에 그렇게 돼있고, 그 부분을 따라야 한다’ 그런 논리겠죠.

▷ 한수진/사회자:
참고할만한 외국 사례는 어떻습니까?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사실 도둑 뇌사 사건 때 인터넷 댓글들 보면, 미국 예들을 굉장히 많이들 드시더라고요. 근데 사실은 법이라는 것 자체도 각 나라의 풍토와 문화, 국민의 법의식이라는 게 다 작용을 하는 건데. 미국 같은 경우는 정당방위의 범위는 넓지만, 총기 소지가 자율화된 나라예요. 그만큼 제가 어떤 침해를 입는다고 하면 그냥 사람에게 맞는다고 치더라도 그 사람이 총을 차고 있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만큼 어떤 잠재적인 위험이 더 큰 사회에서 살다 보면 정당방위의 범위를 더 넓게 인정을 해야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예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드는 건 조금 아니지 않을까.

▷ 한수진/사회자:
단순히 적용하는 건 좀 어렵다는 말씀이시고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네네.

▷ 한수진/사회자:
지금 1, 2심이 정반대 판결 내려졌으니까 대법원 고민되겠네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쟁점이 될 부분,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
대법원 심리의 특성상 법리적인 부분이 많이 쟁점이 될 거고요. 특히 이 사안의 경우에는 ‘정당방위 침해의 현재성’, 특히 가정폭력 특성상 남편이 언제든지 공격을 이어갈 수 있는 건데. ‘그냥 손을 뿌리친 걸로 남편의 공격행위가 중단됐고 더 이상 침해의 현재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그 부분에 대한 논의는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당방위 논란과 관련해서 법무법인 메리트의 임제혁 변호사와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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